서울 강남구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 테헤란로 변에 한국고등교육재단이라는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름만 놓고 보면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기관 정도로 착각하기에 십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건물 어디를 찾아봐도 창업자나 후원 기업 이름을 찾기 힘들다.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뜻이다. 최 선대회장은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는 인재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1974년 비영리 공익법인인 교육재단을 세웠다. 세계 수준의 학자를 양성해 국가 발전을 촉진하려는 열망이 강했다.
당시 지원 조건도 파격적이었다. 국비 유학생조차 없던 시절 해외 유학생에게는 아무 조건 없이 등록금과 5년간의 생활비까지 지원했다. 장학생 한 명의 박사학위 지원비가 당시 선경(현 SK) 신입사원 25년치 급여였다고 한다. 학위 취득 후 SK에 근무해야 한다는 조건도 없었다. 유학생 중 한 명인 이정화 전 SK 해운 사장은 “학문 연구와 국가 발전에 힘쓰라고 유학을 보내놨더니 왜 여기(SK)에 와 있냐”는 핀잔까지 들었다. 1973년 첫 전파를 탄 이후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장학퀴즈도 SK의 후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