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같았던 민주당 정권.” vs “거짓말쟁이 정권.”
27일 총선거를 사흘 앞둔 24일 일본 정치권에서 상대를 향하는 말들이 거칠어 지고 있다. 그야말로 사활을 건 진검승부의 형세다. 여당인 자민당은 과반(총 465석 중 233석)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며 위기감이 고조돼 “죽기 살기로 전국을 누비겠다”는 태세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정권교체의 호기로 보고 자민당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민심의 향배를 가르는 핵심쟁점은 고물가 대책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 비자금 파문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정치개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경제·정치개혁 이끌 적임은 누구
이번 총선에서 경제정책과 정치개혁을 두고 각 당이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이라는 점은 일찍부터 예견됐다. 명목임금 상승을 뛰어넘는 고물가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졌고,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파문으로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선거에 나선 후보 12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뽑은 쟁점은 ‘경기·고용’(59%)이었고 정치자금은 37%로 두 번째였다. 요미우리는 “국민생활에 직결하는 분야에 호소해 표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자금은 여당 후보에 비해 야당 후보들이 많이 꼽았다. 비자금 파문의 당사자인 자민당을 겨냥한 공세의 재료로 활용한 것이다. 비자금 파문과 관련된 후보들의 고전도 두드러진다. 특히 주목되는 것이 비자금 파문과 가장 관련이 깊었던 옛 아베파 간부 5인방의 지역구 판세다. 지역 기반이 탄탄한 중진으로 한 때 정권의 핵심으로 활약한 이들이지만 당선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사히신문은 “마쓰다 히로카즈(松野博一) 전 관방장관, 하이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자민당 정조회장이 입헌민주당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며 “다카기 쓰요시(高木毅) 전 국회대책위원장은 승리에서 멀어졌다”고 짚었다.
◆자민당, 과반 못 넘나
최대 관심사는 자민당이 의석을 얼마나 얻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자민당의 현재 의석수는 247석으로 단독으로 과반을 넘는다. 연립여당인 공명당(32석)과 합하면 279석이다. 일본 언론은 이 세력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민당 단독 과반은 어렵고, 공명당과 합해도 과반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2∼23일 20만424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선거 판세를 분석한 결과, 자민·공명당 의석수가 과반을 유지할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24일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자민당이 171∼225석, 공명당은 23∼29석을 각각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입헌민주당은 98석에서 126∼177석으로 크게 의석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니치는 “비자금 파문 영향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자민당이) 반전 공세를 위한 재료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공개된 아사히, 교도통신 등의 조사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거 결과가 언론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일본 정치권에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달 집권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조기에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안정적 국회운영을 위해 자민당이 새로운 연정 파트너를 찾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일본 중의원에서 여당이 예산이나 법안을 원활히 통과하는 데 필요한 ‘안정 다수’ 의석수는 244석이고 ‘절대 안정 다수’는 261석이다.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정적이었던 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입헌민주당을 향해 자주 썼던 ‘악몽’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입헌민주당 대표는 “정권교체야말로 최대의 정치개혁”이라며 전국 유세장을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