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환자’ 막말로 의사 명예훼손”…임현택 의협 회장 탄핵 위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취임 5개월 만에 탄핵 위기에 놓였다. 의협 수장으로서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책임과 그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막말 등을 이유로 의사계에서 임 회장 탄핵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뉴시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들은 의대 증원·간호법 저지 실패 등의 이유로 임 회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취임 5개월 만이다. 조현근 의협 대의원회 부산시 대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대의원 103명이 임 회장 불신임 및 구성 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은 재적 대의원 3분의 1 이상 또는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 이상 발의로 성립된다. 현재 의협 대의원은 246명으로 총회 소집을 요청한 103명은 불신임 발의 요건(82명)을 넘어선다. 이후 대의원 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임 회장은 물러나야 한다. 개최 시기와 장소는 대의원회 운영위에서 결정한다.

 

조 대의원은 지난 21일 불신임 동의서 취합 시 발표한 발의문에서 “임 회장은 당선인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차례 SNS를 통해 막말과 실언을 쏟아내 의사와 의협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조 대의원은 “의협에는 선배 의사와 후배 의사가 있다. 세대는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의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를지언정 올바른 의료제도 아래 환자를 보는 의사이고 싶은 마음은 같다”며 “의협은 이들 모두와 소통하고 잘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 혐의로 구속된 전공의 면회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임 회장은 최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X소리”라는 정신장애 환자 비하 발언을 했다가 의료계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조 대의원은 이 외에도 임 회장의 국회 청문회 태도 논란이나 독단적인 무기한 집단 휴진 결정 등을 언급해 규탄했다.

 

의대 교수 모임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23일 밤 정기회의를 열고 협의체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유보했다. 전의교협 측은 회의 후 “협의체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학생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의료계 단체로 구성돼야 하고 정부도 의료대란을 촉발한 당사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적합한 인사가 참여해야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병원단체도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 47곳의 병원장 모임인 상급종합병원협의회는 논의 끝에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한병원협회도 현 단계에선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편, 의협 100년 역사상 불신임된 것은 2014년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노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4월 대의원회 임시 총회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되면서 임기 1년여를 남겨 두고 의협 회장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