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문제로 촉발된 여권 내 갈등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어제 한국갤럽 조사에서 또다시 20%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10월 넷째 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9월 2주차 기록했던 취임 후 최저치와 동률이다. 부정평가는 70%로 최고치다. 특히 서울, 인천·경기에서는 지지율이 각각 17%, 18%로, 모두 10%대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1위는 ‘김 여사 문제(15%)’였다. 기존 1위 항목인 ‘경제·민생·물가’는 14%로 2위, ‘소통 미흡’이 12%로 뒤를 이었다.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지지율이 주저앉았는데도, 국민의힘 내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 계는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를 놓고 전면전 양상을 보인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도 확인됐듯이 윤 정부의 위기는 김 여사 문제에서 비롯됐다. 김 여사 활동을 감시·규제할 특별감찰관 임명의 전제조건이 북한 인권재단 이사 추천이라는 입장은 국민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는 게 한 대표 주장이다. 반면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는 원내 사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에 다시 한 대표는 자신에게 당헌상 원·내외 총괄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정부가 절체절명의 위기인데, 집권당 내분이 격화하고 있으니 한심하고 볼썽사납다.
양측은 어제도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임명은 현재도 유효한 우리 당 대선 공약”이라며 “대선 공약을 조건 달아 이행하지 말자는 우리 당 당론이 정해진 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친윤계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헌·당규 어디에도 당 대표가 원내대표를 지휘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는 글을 올려 추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결국 양측은 내주 국정감사를 마친 후 의원총회에서 표결을 강행할 태세다. 의총에서 표 대결을 벌인다면 국민의힘은 사실상 심리적 분당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파국을 피하려면 의총 전에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정치적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김 여사 문제는 블랙홀처럼 모든 국정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북한 인권재단 이사 인선 지연과 연계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및 각종 의혹 해소 협조 등 3대 요구와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은 김 여사 리스크를 진정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다. 윤 대통령과 친윤계는 서둘러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업무상 전혀 관련이 없는 북한 인권재단과 연계시키는 것은 꼼수로 비칠 뿐이다.
한 대표도 무조건 윤 대통령을 압박만 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과의 대화 그다음 날 아침부터 대화 내용을 다 흘렸다. 이게 과연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생각하는 태도냐”는 권성동 의원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또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민주당은 김 여사 관련 의혹 진상 규명이 특별감찰관으로는 불가능하다며 특검법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여야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해야 하는 만큼 민주당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한 대표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만 몰아세운다면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