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구직급여) 누적 수령액 상위 10명 중 9명은 ‘어업’에 종사하며 동일 사업장에 반복수급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어업 특성상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동일 사업장에서 반복수급 한 경우는 해마다 단기계약을 맺은 사례인 것으로 추정된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실업급여 수령액 1위는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63세 남성이었다. 그는 총 20번의 실업급여를 탔다. 20번 모두 한 사업장에서 퇴사와 입사를 반복한 결과였다.
나머지 수급액 상위 2∼10위도 9600만원을 수령한 7위(56세, 기타 산업 회사 본부 근무)를 제외하고 모두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나타났다. 9명 중 8명은 연근해 어업에, 나머지 1명은 원양 어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였다. 연근해 어업 종사자는 선원법 적용을 받지 않는 20t 미만 어선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뜻한다.
수령 회차는 적게는 20회, 많게는 23회였고, 1위 수령자처럼 동일 사업장에서 반복 수급했다. 동일 사업장에서 수령한 횟수는 적게는 8번이었고, 나머지는 9번, 14번, 19번 등 다양했다.
어업에 종사하지 않는 7순위 수령자와 5순위(58세)를 제외한 나머지 8명 전부 60대였다.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만 65세 이후 신규 취업자는 실업급여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65세 이전에 입사해 65세가 지나 퇴사하면 받을 수 있다. 다만, 65세에 새롭게 취업한 경우는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를 잃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특정 업종에 반복수급이 집중되는 배경으로 실업급여 수급을 위한 근로 기간이 다소 짧다는 점이 꼽힌다.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만 근무를 하면 수령 자격이 되며 이때 120일 이상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보통 12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독일 실직 전 30개월 중 12개월 △덴마크 36개월 중 12개월 △프랑스 24개월 중 130일 △스페인 6년 중 12개월 △일본 2년 중 12개월이 근로 요건이다.
고용부는 실업급여 반복수급 문제가 계속되자 반복수급자의 급여를 삭감하는 내용으로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 22대 국회에 21대 국회 제출안과 동일하게 실업급여 반복수급 시 수급액을 깎는 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받은 이들에 대해 수급 3회차 10%, 4회차 25%, 5회차 40%, 6회차 이상 50% 등 최대 50%까지 수급액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급 대기 기간도 기존 7일에서 최대 4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정부 개정안에서 명시한 반복수급 횟수는 법 시행 이후 수급 횟수부터 산정된다. 따라서 연말에 통과된다고 해도, 최초 감액자는 2027년 중순에나 나올 수 있다. 공포된 개정안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에 시행돼 내년 중순 시행을 가정하면 계산상 빠르면 22개월 뒤 첫 감액자가 생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