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사실상 의정갈등이 종료될 때까지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매월 2000억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자동 투입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25일 올해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를 열고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해 매달 2058억원의 건보 재정을 비상진료 ‘심각’ 단계 해지 시까지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하고 나서부터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해 건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지원금은 응급실, 중환자 진료수가 인상 등에 사용된다.
앞서 복지부는 2월부터 9월까지 매달 건정심을 열어 7차례 지원 연장을 의결했다. 이번엔 지원 종료 날짜를 정하지 않았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자 지원 종료를 무기한 연장한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지출된 건보 재정은 2조원가량이다. 매월 1890억원 규모로 지원하다가 9월엔 추석 응급실 대란을 우려해 2168억원으로 늘렸다. 이달부터는 지원 규모가 월 2085억원으로 유지된다.
이날 건정심 회의에서는 혈액 수가 인상안도 의결됐다. 내년 1월1일부터 39개 혈액제제 수가를 2070~5490원 인상하는 내용이다. 혈액 수가는 2009년 이후 ‘상대가치점수’가 고정돼 혈액제제 제조·관리에 필요한 비용 증가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가치점수는 요양급여 각 항목의 가치를 비교 가능할 수 있게 항목별로 상대적인 점수로 나타낸 수치를 뜻한다. 건정심은 “수혈 부작용 예방을 위한 비예기항체 검사 비용, 혈액관리업무 인력(간호사)의 채혈비 등을 반영했다”며 “안정적인 혈액 공급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급여 대상 약제도 재정비했다. 소화제 성분인 이토프리드염산염은 임상 유용성이 미흡한 것으로 판단돼 급여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르포그렐레이트염산염(만성동맥폐색증 치료제)과 레보드로프로피진(진해거담제)은 임상적 유용성이 불분명하지만 제약회사에서 약가를 자진 인하할 경우 급여 항목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재평가 절차가 진행 중인 포르모테롤푸마르산염수화물(급성기관지염 치료제)은 임상시험 결과상 유효성이 입증되지 못하는 경우 요양급여비용 일부를 환수하는 조건으로 평가를 유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