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이르면 다음달 말부터 국경검문을 하는 등 반(反)이민 정책을 대폭 강화한다. 유럽 각지에서 반이민 정서가 고조되는 것과 더불어 극우 정치세력이 힘을 얻으면서 반이민 정책이 유럽 전역으로 더 퍼져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연립정부에서 합의된 이민정책의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조처는 의회 가결을 거쳐 시행된다.
계획에 따르면 국경검문이 시작되고 난민에 대한 영구적 거주 허가 제도가 폐지된다. 현행 5년인 난민 허가 기간도 3년으로 단축할 예정이다.
시리아 일부 지역을 이민자 귀환이 가능한 '안전 지역'으로 분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AFP 통신 등 외신은 네덜란드 당국이 ‘안전 지역’ 출신 난민의 망명 신청을 거부하고 본국으로 추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스호프 총리는 “네덜란드는 난민 위기의 한 가운데에 있다”며 “광범위한 조처를 담은 패키지가 즉각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해 총선 결과에 기인한다. 네덜란드 연정은 지난해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주도한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PVV 대표는 총선 승리 당시 ‘역대 가장 엄격한’ 이민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당초 PVV는 강화된 이민정책을 의회 가결을 거치지 않고 조기에 시행하기 위해 국가적 난민 비상사태 선언을 통해 긴급 입법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연정 참여 정당인 신사회계약당(NSC)가 이 방식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협상이 진통을 겪었다. PVV가 결국 긴급 입법을 철회하면서 전날 밤 합의가 이뤄졌다.
전 정부가 이민정책을 논의하다 연정내 불협화음으로 와해된 만큼 정권 유지를 위해 PVV가 한 발 물러난 것으로 분석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에는 회원국간 이주민 의무할당 수용을 골자로 한 유럽연합(EU)의 신(新)이민·난민 협정 적용을 제외해달라고 EU에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열린 EU 정상회의는 공동성명에서 “외교·개발·무역·비자 정책을 포함해 모든 수단과 도구를 동원해 단호히 조처할 것을 촉구한다”며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