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계속되는 폭력적인 전쟁의 상황 속에서 민중의 삶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서울시극단의 올해 마지막 공연인 연극 ‘퉁소소리’ 각색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은 이렇게 말하며 이 작품을 무대화하는 데 15년이나 걸렸다고 했다. 지난 24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퉁소소리’는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1567~1649)의 소설 ‘최척전’이 원작이다. 조위한이 전북 남원에 있을 때 소설의 주인공 최척이 찾아와 자신의 운명을 들려주며 그 사실이 없어지지 않도록 기록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소설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퉁소소리’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 끔찍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뿔뿔이 헤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는 한 가족의 눈물겨운 여정을 그린다.
고 단장은 끊이지 않는 전쟁의 참상을 알게 하는 동시에 점차 사라지고 무신경해지는 가족애나 이웃에 대한 연민과 배려를 일깨우기 위해 ‘퉁소소리’ 제작을 마음먹었다고 한다.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난민캠프를 폭격하는 등 지구가 난리잖아요. 윗사람(권력자)들은 편한 소파에 앉아 전쟁을 결정하고 회의를 할 뿐, 전쟁터에서 죽어나가는 건 무고한 민초들입니다. 소설 ‘삼국지’를 읽으면서 수십 만 대군이란 표현에 감동하지만 그 병사들의 가족사를 보면 비참하지 않나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위정자들의 우매함 같은 것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노인 최척’ 역을 맡아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는 원로 배우 이호재(83)도 “이 작품을 통해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고 단장은 연극 제목을 원작처럼 ‘최척전’이라 하지 않고 ‘퉁소소리’로 바꾼 이유도 소개했다. 그는 “‘최척전’의 주인공은 사실 최척과 그의 아내 옥영, 두 명”이라며 ”‘최척과 옥영전’이 제목으로 더 맞지만, 두 사람을 재회하게 하는 매개체가 퉁소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최척’을 연기하는 박영민은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불굴의 조선 여인 옥영 역의 정새별은 “고난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다음 달 11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