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고려아연 분쟁, ‘묻지마’ 주가 움직임… 투자자 ‘피눈물’ 경고등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주식 확보 전쟁으로 이어지고 부족한 주식은 회사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주가를 움직이게 하고 있다. 한쪽이 크게 다쳐야 끝나는 ‘치킨게임’ 형국으로 상황이 치닫으면서 자칫 투자자들의 눈에 ‘피눈물’이 흐를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주가 변동성도 극심해지고 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과열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분쟁 관련 종목들은 최근 당사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주가가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 고려아연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영풍정밀의 경우 지난 25일 오전 한때 25.77%까지 오르면서 상한가를 눈앞에 뒀으나, 오후 돌연 급락하기 시작해 최대 18.85%까지 낙폭을 키웠다. 당일 오후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영풍정밀에 대한 경영협력 계약을 해지하는 등 사실상 영풍정밀 경영권에 대한 포기 선언을 하자 매물이 쏟아진 것.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은 공개매수 종료 후에도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으로 인해 지난 24일 고려아연과 동반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풍·MBK 연합이 영풍정밀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채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 24일 영풍정밀의 고가가 3만2700원이고 저가가 2만11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하루 새 손실이 최대 35%에 달한 것이다.

지분 경쟁 과열로 인해 급증한 일평균 거래량과 투자자 간 손바뀜도 주가 급변동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번 분쟁이 발생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4일까지 24거래일 동안 고려아연의 일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 회전율은 각각 1.64%와 1.63%였다. 이는 이전 24거래일 동안 일평균 거래량(0.16%)과 거래대금(0.16%) 회전율에 비해 무려 904%, 1328%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영풍의 일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 회전율은 3631%, 5038% 증가했다. 영풍정밀은 4903%, 1만6526%나 증가할 정도로 관련 종목 모두 극도의 과열 양상을 보였다. 결국 이 기간 최고 64만9000원에 달했던 영풍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 36만원대로거의 ‘반토막’이 났다. 한때 3만6700원을 기록한 영풍정밀도 25일 2만2700원으로 38% 하락했다.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종가 55만6000원이었던 고려아연은 지난 25일 최고 147만원까지 3배 가까이로 급등했다. 그러나 25일에는 주가가 147만원에서 118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예측 불가의 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 8일 “공개매수 기간 또는 종료 후 주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지난해 SM 경영권 분쟁 때도 카카오 공개매수 기간 중 하이브와 카카오가 합의하면서 당일 주가가 23.5% 급락한 사례가 있었다. 전문가들도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유사한 악성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가가 이미 과열 수준에 진입한데다 향후 경영권 분쟁 진행 상황에 따라 급격한 가격 하락이 나타날 위험성이 커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