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도로 상황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위험 가능성을 알려주는 교통안전 솔루션 ‘소프트 차량·사물간 통신(V2X)’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1∼2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글로벌 차량통신 연합체 ‘5GAA’ 회의에 참가해 소프트 V2X를 선보였다고 27일 밝혔다.
소프트 V2X는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5G 기반 교통안전 솔루션이다. 도로에 설치된 스마트 노변기지국(RSU)와 연동해 보행자와 차량의 위치, 방향, 속도 등 도로 상황 데이터를 익명화해 수집·분석하고, 위험이 예측되면 운전자·보행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임베디드(내장형)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자율주행차량과 배송로봇 등에도 탑재할 수 있어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5GAA는 2016년 설립 당시 LG전자가 창립 멤버로 참여한 글로벌 차량통신 연합체로, 메르세데스 벤츠·BMW 등 완성차 업체와 보다폰·도이치텔레콤 등 통신사, 보쉬·콘티넨탈 등 자동차 부품업체가 참여 중이다.
LG전자는 이번 회의 기간 중 베를린 시내 5.6㎞ 길이의 도로에서 소프트 V2X를 시연해 호평을 받았다. 주행 중인 차량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거나 보행자·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면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빠르게 알려 감속 등 사고 회피를 유도했다. 또 도로 내에 작업자가 있거나 응급 차량이 다가오면 차량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틀 수 있도록 실시간 알림을 제공했다.
이번에 선보인 소프트 V2X는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 V2X 표준에 호환되는 기술을 적용해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는 지난해 10월엔 미국자동차기술자협회(SAE) 표준을 적용한 소프트 V2X도 선보인 바 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부문 C&M표준연구소 김학성 연구위원은 회의에서 ‘V2X의 진화를 위해 나아가야 할 단계’를 주제로 발표해 향후 V2X 기술의 궁극적인 발전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표는 LG전자가 현재 서울, 강릉, 인천, 세종 등에서 진행 중인 실증 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세종시 실증 사업에선 사업 개시 이후 6개월 간 위험 상황이 1143회 발생했는데, 이 상황에 대한 실시간 알림을 받은 보행자와 운전자 10명 중 8명(80.1%)이 이동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줄였다고 LG전자는 밝혔다. 1만3051건으로 위험 상황 알림이 가장 많이 발생한 서울시 실증 사업에선 10명 중 7명 이상(73.1%)이 반응을 보였고, 강릉에선 1442건 중 83%의 사용자 반응이 집계됐다.
LG전자는 “V2X 기술로 실시간 정보를 평균 0.05초 내에 분석·전달해 이용자의 사고 위험 노출 시간을 3.03초에서 1.93초로 크게 단축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소프트 V2X와 스마트 RUS 기술을 고도화해 미래형 솔루션인 ‘하이브리드 V2X’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이브리드 V2X는 단거리 전용통신망과 원거리 이동통신망을 통합해 운영하는 기술로, 서비스 접근성과 기술의 효용성을 높인 차세대 V2X 솔루션으로 불린다.
LG전자 CTO부문 제영호 C&M표준연구소장은 “소프트 V2X를 포함해 교통안전 및 자율주행 관련 솔루션을 지속 연구·개발해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