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아들이 4년 뒤 작은방서 백골로 발견”…70대 아버지 ‘무죄’

실종 신고한 아들이 작은방에서 백골로 발견됐다. 검찰은 아버지가 아들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방치했다고 보고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청사. 연합뉴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4단독 장병준 부장판사는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4월28일 부산 동구 자신의 집 안방에서 아들인 B(30대)씨가 숨진 것을 발견하고도 관공서에 신고하거나 장례를 치르지 않은 채 4년 넘게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집을 방문한 지인이 우연히 백골 상태의 B씨를 발견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B씨의 사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사인이 명확하진 않지만,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B씨의 시신이 부패해 백골이 되는 동안 악취를 느끼지 못했다는 A씨의 증언에 대해 의심했다. 또 B씨의 시신이 발견된 뒤 A씨가 B씨의 시신을 인도받지 않아 무연고 장례로 치러진 점도 수상한 정황으로 여겼다.

 

법정에서 A씨는 평소 왕래가 없는 B씨가 연락이 두절되자 2019년 7월쯤 실종신고를 했고, 집에 B씨의 시신이 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A씨의 지인과 동생 역시 증인심문에서 A씨의 집에 방문했을 당시 특별히 시신이 썩는 냄새 등을 맡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또 A씨의 집이 노후화돼 있고 폐기물, 쓰레기 등이 어지럽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워낙 악취가 심했다고도 말했다.

 

장 판사는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A씨가 살고 있는 집의 작은 방에 B씨가 사망했음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B씨의 시신이 방치된 사실에 비춰보면 지난해 5월 제삼자에 의해 B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에 A씨가 미리 발견했음에도 유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B씨가 사망한 시기부터 그 사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기간 동안 A씨의 동생과 지인이 집에 여러 차례 찾아갔는데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 등을 맡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면서 “A씨의 집은 폐기물과 쓰레기 등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어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B씨의 시신이 발견된 작은 방도 마찬가지 상태여서 B씨의 시신이 바로 발견되지 않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장 판사는 또 “B씨의 사인이 명확하지 않으나 타살의 흔적이 없고 아버지인 A씨의 입장에서 B씨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방치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A씨가 B씨의 시신을 발견했음에도 장례를 치르지 않고 유기했다는 점이 인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라고 판시하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