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 마진이 떨어졌음에도 기업과 가계 대출이 급증해 전체 이자 이익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다.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대출금리를 올린 것도 실적에 기여했다.
◆KB·신한 4조 안팎, 역성장 예상 우리금융은 ‘반전’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업계 1,2위를 다투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모두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설립 이래 가장 많았다.
KB금융지주의 1∼3분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은 4조3953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3분기 순이익(1조6140억원) 역시 3분기 기준으로는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신한금융지주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3조9856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많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022년 3분기 4조3154억원이었지만, 당시 포함된 일시적 순이익(증권사 사옥 매각 3천220억원)을 제외한 경상적 이익만 보면 올해가 역대 최고치다.
더구나 이번 3분기 실적은 1357억원의 신한증권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반영된 것이어서 기존 순이익 기록을 넘어선 셈이다.
역성장이 예상됐던 우리금융지주도 3분기만에 지난해 연간 실적을 초과 달성하며 역대급 순이익을 냈다.
우리금융의 3분기 누적 순이익(2조6591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2조4382억원)보다 9.1% 늘었다. 역대 최대인 2022년 3분기 누적(2조6620억원)에 불과 30억원 못 미치는 역대급 순이익이며,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 2조5063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하나금융지주는 29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선 3분기 순이익이 1조25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시 3분기 및 1∼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고치로 전망된다.
◆금리인하기에 역대 최대 순이익 난 이유
3분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고,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그에 앞서 기대감에 이미 시장금리가 떨어졌다.
보통 금리 인하기에는 시장금리 하락이 반영되는 폭이나 주기가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크고 짧아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진다.
실제로 3분기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의 NIM은 각 1.95%, 1.71%로 2분기(2.08%·1.84%)보다 0.13%포인트씩, 작년 3분기(2.09%·1.84%)보다 각 0.14%포인트, 0.13%포인트 낮아졌다.
신한금융그룹과 신한은행의 3분기 NIM도 각 1.90%, 1.56%로 2분기(1.95%·1.60%)보다 각 0.05%포인트, 0.04%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1.99%·1.63%)와 비교해도 각 0.09%포인트, 0.07%포인트 낮아졌다.
우리은행 NIM도 작년 3분기 1.60%(누적 기준)에서 올해 3분기 1.46%로 0.14%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KB금융의 3분기 이자이익(3조1650억원)은 1년 전(3조1246억원)보다 1.3% 늘었고, 신한금융(2조8550억원)과 우리금융(2조2190억원)도 각각 전년대비 3.3%, 1.5% 증가했다.
NIM 하락에도 이자이익 규모가 오히려 커진 것은 올 들어 가계·기업대출이 급증하면서 마진 축소 영향을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특히 3분기의 경우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뛰면서 이른바 영끌 열풍과 함께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7월부터 이어져온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도 역설적으로 금융그룹이 이익을 불리는 데 기여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줄줄이 떨어지는데도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예상보다 예대마진 축소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기에는 시장금리도 떨어지고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를 내리면서 NIM이 감소한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당국의 가계대출을 억제 방침에 따라 너도나도 대출 가산금리를 올리면서 NIM이 어느 정도 방어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