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피부질환에 자가피부 이식하자 새 살 돋았다 [건강+]

강남세브란스병원·서울의대 연구팀

이영양형 수포성 표피박리증 환자에
‘돌연변이 자연복원’ 피부세포 이식
만성 궤양 등 부위에 피부 신속 재생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치료법이 없었던 중증 희귀·난치 유전성 피부질환 이영양형 수포성 표피박리증(RDEB)에서 자가피부이식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상은 교수(왼쪽), 배상수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상은 교수와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배상수 교수 연구팀은 30대 중증 RDEB 환자를 대상으로 ‘자연적으로 회복한’ 피부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를 한 결과 증상이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RDEB는 유전자 결함으로 제7형 콜라젠 형성이 원활하지 않아 일상적인 마찰에도 쉽게 피부와 점막이 손상되고 수포가 생기는 질환이다. 만성적인 상처와 수포로 통증·가려움이 심하고, 2차 감염과 피부암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지만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다. RDEB 환자 중 일부는 특정 부위에서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피부세포 일부가 정상적인 유전형으로 되돌아가는 ‘리버턴트 모자이시즘’(revertant mosaicism) 현상을 겪는다. 애초 유전적 결함을 가진 환자의 일부 피부세포가 정상세포처럼 돌연변이하면서 자체 교정되는 것이다. 이런 자연복원 현상이 발생한 부위는 애초 환자에게 결함이 있었던 피부 내 단백질이 회복돼 피부를 문질러도 상처나 수포가 발생하지 않는 정상적인 외관을 갖추게 된다.



연구팀은 이런 ‘돌연변이 자연복원’ 피부세포를 이식하면 환자의 증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연구팀이 환자의 팔에서 수포가 발생하지 않는 손바닥 크기의 정상 피부 조직을 채취해 심각한 만성 피부궤양을 앓고 있는 등 부위에 이식한 결과, 치료 시행 2∼6주 사이 이식된 조직은 빠르게 재생됐고 주변 피부까지 재생이 일어났다. 새롭게 피부세포가 재생된 부위는 애초 이식한 부위의 최대 360%에 달했다. 또 이식 부위는 15개월 동안 수포나 상처 등 재발 없이 유지됐다.

이 교수는 “RDEB 환자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성과”라며 “돌연변이 자연복원이 일어난 세포는 자가 치료 플랫폼으로서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저널 ‘피부의학(JAMA Dermatology)’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