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수뇌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보수 지지층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보수 텃밭’인 대구를 방문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해 한쪽에선 지지를, 다른 쪽에서 ‘배신자’라며 거세게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2시쯤 대구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 한 대표의 대구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결했다. 이들은 한 대표의 차량이 진입하자 “배신자”, “꺼져라”, “개XX“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차량에 몰려든 시위대와 안내요원이 맞부딪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한 대표에 대한 비판을 담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사람도 있었다. 최근 내전 수준으로 고조된 당정갈등 여파로 일부 보수 지지층이 한 대표에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놓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다.
한 지지자는 행사장을 찾아 한 대표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각을 세우는 것을 맹비난하다가 퇴출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다른 행사에선 한 대표를 열렬히 환영했다. 25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여성정치아카데미에 참석한 여성 당원들은 한 대표를 향해 환호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재차 촉구했다.
한 대표는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변화와 쇄신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 망한다”며 “오는 11월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범죄 혐의들에 대한 재판 결과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하면 많은 상식 있는 국민의 마음은 민주당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이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국민들이 ‘너희들도 똑같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것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없다면 그 마음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며 “김 여사와 관련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어떻게든 해소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페이스북에서 “작금의 사태를 우려한다”며 “소수에 불과한 특정집단의 가노(家奴)들이 준동하면 집안에 망조가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피눈물 흘리며 되찾은 정권인데 레밍(쥐떼) 같은 가노들이 설치면 그 당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며 “모두 한마음이 되시라”고 강조했다.
여권 내에서 김 여사 문제를 키우며 야당 역할을 하고 있는 친한계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빈소에서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은 임기 중 가장 많은 일을 가장 왕성하게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집권 여당은 하나 된 힘으로 대통령을 도와 정부의 성공을 돕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친이계와 친박계의 대립으로 여권 갈등을 경험했던 이 전 대통령이 과거와 같은 대립을 우려하면서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정부의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