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나란히 앉은 법무장관·검찰총장

정부조직법상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이다. 국세청, 경찰청 등과 비슷한 지위라는 얘기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은 ‘각급 법원은 그에 대응하는 검찰청이 있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규정했다. 검찰이 단순한 행정기관을 넘어 법원에 버금가는 준사법기관인 이유다.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에 대응하는 검찰청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대검찰청이다. 그 최고 책임자가 ‘청장’ 대신 검찰총장, 곧 ‘총장’으로 불리며 장관과 대등한 예우를 받는 점은 검찰 조직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헌법 89조에 의하면 검찰총장 임명은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관직의 구체적 명칭이 헌법에 적시된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검찰 개혁론자들이 다른 외청장들과 똑같이 검찰총장도 ‘검찰청장’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폈다. 그러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꼬리를 내렸다. 만날 “낡은 제도를 뜯어고치자”고 떠드는 이들이 정작 모든 제도의 정점인 헌법에는 무지함을 새삼 드러내 씁쓸했다.



같은 장관급이라도 법무장관이 검찰총장보다 분명히 상급자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그리 간단치 않다. 일례로 장관과 총장은 공개 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장관 취임식에 검찰 간부 여럿이 참석해도 총장은 가지 않는다. 장관과 총장이 검찰 인사·예산 등을 놓고 협의할 때조차 비공개 만남을 고집한다. 사실 장관은 대통령의 참모로 정치인이나 다름없다. 장관과 총장의 대면을 최소화하려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엊그저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박성재 법무장관과 심우정 검찰총장이 증인석 첫 줄에 나란히 앉아 의원들 질의에 답변했다. 국감 역사상 처음 보는 진풍경이다. 국민의힘은 “전례가 없다”고 반대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심 총장의 국감 출석을 밀어붙였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피고인으로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이 선고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도 박 장관, 심 총장과 같이 1열에 앉히려다가 여당 반발에 결국 뒷줄로 물러섰다. 검찰 개혁을 원하는 거대 야당의 열망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방식이 너무 거칠고 저급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