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내수 부진 속에 버팀목 역할을 하던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 어제 관세청이 내놓은 이달 1∼20일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 늘었다. 8·9월 각각 18.5%, 18.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확 꺾였다. 지난해 10월부터 플러스 행진을 해오던 수출의 기저효과가 사라진 탓이다.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진과 전기차 수요 둔화, 완성차·부품업체 파업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경제 적신호는 지난 24일 한국은행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 발표에서도 확인됐다. 수출이 전 분기보다 0.4% 감소하면서 GDP 성장률을 1%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렸다. 경제 당국의 목소리는 낙관론 일색이라서 걱정스럽다. 정부는 하반기 들어 내수 회복 조짐이 있다는 진단만 되풀이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달 초 “경제는 수출부터 좋아지고 투자와 소비가 나중에 좋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수출마저 꺾인 걸 봤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법하다. 그런데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그는 24일(현지시간) “소비 등 내수는 정부 예상대로 회복되고 있다”, “양호한 경제지표에 비해 민생이 어려운 것은 대부분 국가가 겪고 있는 공통된 문제”라고 했다. 위기의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