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따라주는 술 최고”…성희롱으로 해임된 임원 “아재 개그” 주장

이별한 직원에 “나에게도 이제 기회가 있는 건가”→해고 무효소 송 내며 “웃음 유발하고자 아재개그한 것“
재판부 “아무도 재미있어 하지 않아…발언 대부분 성적 맥락 포함, 평가 대상인 어린 여성 직원들에 집요”
클립아트코리아

 

직장 내 성희롱으로 해임된 공공기관 임원이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내며 자신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아재개그일 뿐이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재판부는 ‘직장내 성희롱의 매우 교과서적인 사례’라며 질타했다.

 

광주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성주)는 A 씨가 재단법인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확인 소송’ 항소심을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관리자 직급으로 일하면서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여러 차례 사무실·회식 장소 등지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 그는 술자리에서 “여자가 따라주는 술이 제일 맛있다”고 말했으며, 이별한 직원에게 “이제 나에게도 기회가 있는 건가”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재단 징계위원회는 A씨의 언행이 성희롱 등에 해당한다며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임 처분을 의결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소송 과정에서 “재단의 징계 내용 중 신체 접촉을 비롯한 상당수는 사실이 아니고 나머지 발언도 웃음을 유발하고자 이른바 ‘아재 개그’로 한 말”이라며 “경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한 발언들은 단순히 아재 개그 스타일의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면서 “원고의 발언 거의 대부분은 성적 맥락을 포함하고 그 내용은 한결같이 저급했으며 어린 여성 직원 다수를 대상으로 매우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고의 발언 당시 피해자들 중 어느 누구도 원고의 발언을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원고가 여러 차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았음에도 그와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재단이 원고와의 고용관계를 유지했을 때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해자 대부분이 A씨로부터 근무평정을 부여받아 재계약 여부가 결정된다”며 “객관적으로 전형적인 직장 내 성희롱 사례와 맞아떨어지는 언행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원고의 지위를 볼 때 상당한 수준의 윤리의식과 책임이 요구됨에도 어린 직원들에게 성희롱을 반복했다”며 “원고와 피해자들의 관계, 나이 차이, 근무 상황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들이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거나 직접적인 거부 표현을 하기 어려웠을 것임을 쉽사리 추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