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선거(총선)에서 여당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이는 옛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나온 최악의 결과다.
‘최악 성적표’의 이유로는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 여론이 꼽힌다. 자민당 일부 파벌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오랫동안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 당은 이런 사실이 검찰 수사 등으로 공개되자 39명을 징계했고, 중징계를 받거나 비자금 의혹을 명확히 해명하지 않은 12명을 공천 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선거 막판에는 비자금 문제로 공천을 주지 않은 출마자가 대표를 맡은 당 지부에도 ‘활동비’ 명목으로 2000만엔(약 1억80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짓공천 배제’ 의혹도 제기되면서 유권자들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게다가 이시바 총리는 이달 1일 취임 이후 특별히 새로운 자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취임 후 8일 만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렀다. 새로 출범한 내각은 지지율이 높은 ‘허니문 효과’를 노려 자신의 지지 기반을 다지려 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총재 선거 때 경쟁자인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이 최대한 조기에 의회를 해산해 총선을 실시할 것이라는 공약을 제시하자 충분한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자신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야권에서는 권력을 잡기 전과 잡은 뒤 이시바 총리의 말과 행보가 달라진 데 대해 ‘거짓말쟁이’, ‘변절자’ 등 비판이 쏟아졌다.
장기간 경제 부진과 고물가로 인한 팍팍한 민생도 지지 기반을 약화하는 원인이 됐다. 교도통신이 지난 1∼2일 벌인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새 내각의 우선과제(복수응답)로 55.9%가 '경기·고용·물가 대책'을 꼽았고 '연금·사회보장'(29.4%), '육아·저출산'(22.7%) 등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