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펑크 대응에 기금 활용”… 경제 불확실성 가중 우려

세수펑크, 30조원 전망… 외평기금·주택도시기금 등 재원 활용
기금의 목적 외 활용 과정서 국가채무의 질 악화 예정돼 있어

올해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수펑크’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등 최대 16조원의 가용재원을 활용해 메우기로 했다. 또 내국세 감소분에 연동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주는 교부세와 교부금(6조5000억원)의 집행을 보류하는 한편 올해 편성된 예산 중 불가피한 사유로 못 쓰게 된 ‘불용’도 최대 9조원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평기금이 ‘외환의 안정성 확보’라는 본래 목적과 다르게 세수펑크 해결에 활용되는 데다 교부세 감소·불용 등에 따라 내수 회복세가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세수 결손 사태가 외환과 경기 및 재정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세수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보고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올해 국세수입이 337조7000억원으로 예상돼 당초 잡았던 세입예산(367조3000억원)보다 29조6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펑크에 이어 2년 연속 역대급 결손이다.

 

대응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세 부족분을 크게 기금 등 가용재원(14~16조원), 지방교부세·교부금 감액(-6조5000억원), 불용(-7~9조) 등 세 가지 방안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통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거나 지출을 재조정하지 않고 작년처럼 기금 ‘돌려막기’ 등을 활용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먼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위탁하는 금액을 축소해 약 4~6조원을 만들어 일반회계에 넣기로 했다. 공자기금은 각 기금의 여유 재원, 국채 발행으로 들어온 자금으로 국채를 상환하거나 재원이 부족한 다른 기금 등에 자금을 빌려주는 ‘공공은행’ 역할을 하는 기금이다. 정부는 교부세 등을 추가로 주기 위해 외환시장 대응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외평기금 예탁금을 일부 줄였다고 설명했다. 외평기금은 보유한 원화와 외화를 사고 팔아 환율 등 외환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기금이다.

 

또 지난해 이월된 공자기금 여유재원 약 4조원을 활용하고, 주택도시기금(2~3조원)과 국유재산관리기금(3000억원) 여유재원의 공자기금 예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현판. 뉴시스

지방교부세·교부금도 6조5000억원의 집행을 보류하는 방식으로 삭감된다. 내국세 감소에 따라 이에 연동해 교부세·교부금을 약 9조7000억원 줄여야 하는데 정부는 이 중 6조5000억원을 집행하지 않고, 약 3조2000억원은 교부하기로 했다. 지방교부세는 전체 감액분(4조3000억원)의 절반(2조1000억원)이, 교부금은 감액분 5조4000억원 중 20% 수준인 약 1조1000억원이 교부된다.

 

정부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7조원), 시도 교육청 자체 가용재원(9조원)을 예산 대비 부족해지는 교부세·교부금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자체별 재정 여력이 다른 점을 감안해 일부 지자체의 지방채 인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아울러 전년 수준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상적인 불용(7~9조원)도 세수 부족을 메우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세수대응 방안을 두고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줘야 할 예탁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외평기금에서 약 4~6조원이 활용되면서 ‘외환방파제’가 허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외평기금 19조원을 세수펑크에 활용한 바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외평기금 유동자산액은 2022년 111조원에서 올해 69조원으로 감소했다. 이상민 연구위원은 “외평기금은 작년에는 현금 총알이 많았지만 올해는 많이 줄었다”면서 “세수결손으로 인해 앞으로 외평기금의 유동자산 규모의 추가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세수결손 대응 목적으로 외평기금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외환시장에서 대외 신뢰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지난해 결산보고서에서 “외국환평형기금의 재원을 세수결손 대응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외환시장의 안정성 확보라는 기금의 목적에 비춰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주택도시기금을 동원한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사업자와 개인에게 분양주택건설자금, 주택구입자금 등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등의 재원으로 조성된다.

 

기금 돌려막기로 국가채무 질이 악화하는 점도 문제다. 국가채무 중 대응자산이 있어 양질의 채무로 분류되는 ‘금융성 채무’인 외평기금과 주택도시기금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번 세수 대응방안이 그대로 이행되면 적자성 채무는 원래 계획보다 최대 9조원 확대된다. 작년에도 외평기금이 활용되면서 적자성 채무가 8조5000억원 증가한 바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22년 적자성 채무는 676조원이었는데 2027년에는 1024조2000억원으로 예측된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적자성 채무가 348조2000억원 증가하는 셈이다. 이는 문재인정부 5년간 진행된 적자성 채무의 증가폭(301조2000억원)보다 40조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날 국회에서는 정부의 대응방안을 두고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부총리가) 지난 9월 재추계 보고 때 당시 외평기금 추가 활용 검토는 하지 않겠다고 말을 했는데 또 외평기금 4~6조원을 활용하겠다는 건 두 달도 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말을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기초단체 중에서 통합안정화기금의 잔액이 0원인 곳이 17곳”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 비상금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안정화기금에서 예치금 잔액을 감소시키는 것은 결국 지역소멸을 가중시키는 것을 정부가 자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정부 스스로 편성하고 국회에서 심의 의결된 사업들이 불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이를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데 사용하겠다는 건 정부의 직무유기”라면서 “그러니 내수 불황을 면치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