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제 찾으려고?…새벽마다 사무실서 징계서류 뒤진 간부, 결국..

법원 "59차례나 다른 사무실 들어가 문서 뒤져…징계사유 해당"
법원 로고. 연합뉴스

새벽마다 수십 차례 사무실에서 서류를 뒤져본 인천 한 지역수협 간부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 11부(김양희 부장판사)는 A씨가 인천의 한 수협조합장 B씨를 상대로 낸 징계면직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소송비용 또한 원고 A씨가 모두 부담할 것을 명했다.

 

앞서 A씨는 인천의 한 지역수협 간부로 일하다 2019년 3월 치러진 조합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적발됐다. 그는 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2021년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1심 판결 후 수협중앙회에서 자신을 감사한 사실을 알고 2021년 4월2일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은 사이 2층 사무실에 몰래 들어가 자신의 감사서류를 들춰봤다.

 

때마침 조합대의원 선거 준비로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직원이 이런 모습을 목격했고, 해당 직원은 1층에 일하던 A씨가 2층에 올라왔다는 것을 수상히 여겨 곧바로 회사에 보고했다.

 

이에 회사 측은 CC(폐쇄회로)TV를 통해 A씨가 2020년 8월부터 새벽 시간대 59차례에 걸쳐 2층 사무실에 들어가 플래시 불빛으로 곳곳을 살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A씨는 “소화제나 음료수 등을 찾으려고 2층 사무실에 들어갔다”고 해명했지만, 회사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직무 정지와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결과, 2020년 1월19일부터 2021년 3월31일까지 A씨가 총 45차례 고객과 임직원의 개인신용정보, 금융거래명세서를 조회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회사는 A씨를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그는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와 별도로 회사 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에게 중징계인 ‘징계면직’ 처분했다. 이후 A씨는 2021년 9월 ‘징계면직을 정직으로 바꿔달라’는 취지로 인사위에 재심을 청구, 기각되자 이듬해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수개월간 59차례나 (문서를 뒤진 행위는) 고의적이고 원고가 자신에 대한 징계 절차 진행 중 그 자료를 얻기 위한 것으로 그 동기와 행태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이 행위만으로 비위 정도가 극심해 징계 양정이 징계 재량권의 한계를 이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