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4·10총선 참패의 원인과 반성을 담은 22대 총선백서를 내놨다. 총선 201일 만이다. 백서는 제22대 총선 패배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 관계,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승부수 전략 부재, 당의 철학과 비전 부재 등을 지적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호주대사 임명,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의대 정원 정책, 대파 논란 등 연이은 이슈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지만, 당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처절한 반성 없이 두루뭉술한 나열에 그쳐 실망스럽다.
백서는 “당정 간 다른 목소리를 내고 대립관계를 보이는 순간 당정 갈등이 집중적으로 부각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싸우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선거가 끝났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모두에게 책임을 돌렸다. 선거 패배와 직결된 사안의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불통과 연관돼 있다. 그런데도 ‘당정 엇박자’ 문제로 묶은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심지어 7·23 전당대회 기간 불거진 총선 전 김 여사의 사과 문자 논란도 당정 문제로 분류했다. 당정 간 공약 엇박자, 이조심판론 전략 실패 등의 책임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인 한동훈 대표에 있지만, 이 역시 당정의 책임으로 뭉뚱그렸다. 결국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