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개선 걸림돌 되어선 안 돼 ‘트럼프 선전’ 美 대선도 중요한 변수 여야, “영원한 다수당은 없다” 새기길
그제 일본 중의원(하원) 총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원내 과반(233석 이상)에 한참 못 미치는 191석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했다. 야당들이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한다면 2012년 이후 12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자민당 소속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가 권력을 유지하더라도 실권이 별로 없는 ‘식물 총리’로 전락할 수 있다. 한·일 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정권교체가 현실화하면 제1야당 입헌민주당(148석)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다시 총리를 맡을 공산이 크다. 노다 대표는 과거 총리 시절인 2011∼201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한국과 크게 다퉈 ‘반한(反韓) 인사’란 평가까지 들었다. 자칫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 일본 측 입장을 고려한 ‘제3자 변제안’을 내놓으면서 물꼬가 터진 한·일 관계 복원 흐름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노다 대표는 최근 출범한 이시바 내각과 다른 기조의 한·일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는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이 계속 이어지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한·미·일 정상은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 회의를 통해 3국 안보 공조를 공식화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3국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이 합의의 중요한 축인 일본 자민당 정권이 붕괴 위기를 맞은 데 이어 미국 민주당 행정부도 퇴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 언론은 오는 11월 5일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누르고 재집권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며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는 필수적인 안전장치다. 정부가 미·일 양국에 ‘국내 정치와 무관하게 3국 군사협력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설득하길 바란다.
19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자민당은 일본의 대표 정당으로 수십년간 원내 과반 1당의 지위를 누려왔다. 그런 자민당의 몰락을 두고 일본 언론은 비자금 스캔들 등 부패 의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다수당의 기득권에 취해 민심을 외면하고 오만과 폭주로 일관하는 정당은 결국 1당 자리에서 끌어내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 정치권도 직시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