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대표단을 우크라이나로 보내 당국자들과 전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키로 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28일(현지시간)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이송됐으며 북한군 부대들(units)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의 브리핑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강화에 대해 논의했으며 현재 우크라이나 및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 함께 상황 전개를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의 파병은 DPRK(북한)의 계속되는 러시아 불법 전쟁 관여에 중대한 긴장 확대 행위”라며 “또 다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위반이자 위험한 러시아 전쟁 확전(expansion)”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토는 북한이 이러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러북간 군사협력 심화는 인도·태평양과 유럽 대서양 안보 모두에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군 파병은 푸틴의 절박함이 심화하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푸틴의 전쟁으로 60만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죽거나 다쳤고 그는 외국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대표단은 이날 오전 나토 본부에 도착해 뤼터 사무총장 주재로 열리는 북대서양이사회(NAC) 회의에 참석해 북한군 파병 동향을 브리핑했다. 대표단은 나토 사무총장·군사위원장 등 고위급과 연쇄 면담을 통해 한국 측이 검토 중인 단계별 대응 옵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대표단이 참석한 NAC는 나토 32개 회원국 대표가 동맹에 영향을 미치는 안보 문제를 의논하고 관련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 대표단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정보 및 국방 당국자들과 전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뤼터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단계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전화 통화에서도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실제 전선 투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유엔 안보리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의혹과 관련해 30일 회의를 개최키로 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전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1만명이 넘는 군인을 파병한 것은 러시아의 최신식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35 인수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7일 군사전문매체 불가리안밀리터리, 우크라이나 현지매체 키이우포스트는 북한은 이번 파병에 대한 ‘보상’으로 러시아로부터 SU-35 전투기를 20대에서 30여대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통해 공군 현대화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로 파병된 북한군의 최전선 투입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현지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와 포브스 등은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북한군 병사들을 트럭에 실어 최전선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 ‘푸틴의 파트너’에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무기 규모는 17억~55억 달러(약 2조4000억~7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러시아에 파견될 수 있는 북한의 병력을 최대 2만 명으로 추정했다.
한편, 통일부가 28일 스위스 제네바 한 호텔에서 주최한 ‘2024 북한인권 국제대화’에서 김영호 장관은 영상개회사를 통해 북한군 파병에 대해 “‘명분 없는 전쟁’에 군인을 보내며 젊은 병사들의 소중한 생명과 미래를 사지로 밀어넣는 반평화적이고 반인권적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