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고 있는 가운데 우방인 미국 대선과 일본 총선이 한·미, 한·일 관계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미·일의 리더십에 변화가 생길 경우 윤석열정부가 출범 이후 공들여온 한·일, 한·미·일 공조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치러진 일본 총선거는 집권 연립여당(자민당, 공명당)의 참패로 끝났다. 자민당은 191석을 차지해 기존 247석에서 크게 줄었고, 32석을 갖고 있던 공명당은 24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연립여당의 참패에 따라 일본 전문가들은 당분간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에서 대담한 결단을 내리거나 변화를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당내 강경 보수파의 반발 등을 고려해 한·일 역사 문제에서도 소신을 담은 발언을 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정부는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에 맞춰 양국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해왔지만 이번 총선 결과로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이 추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월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도 한반도 외교·안보·경제 리스크를 키우는 변수로 떠올랐다. 승자를 점치기 어려운 이번 안갯속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리로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와 만들어온 정책 기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언급한 점에 비춰볼 때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비핵화를 비롯한 대북 억제 전략에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파병 등으로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은 트럼프 1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 트럼프 정부 1기에선 러시아가 한국의 대북 정책에 숨은 조력자 혹은 중재자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북한의 뒷배가 된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으로 한·미 공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세심한 외교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인도태평양 전략 자체가 트럼프 시기에 나왔던 만큼 한·미·일 안보협력은 트럼프 입장에서도 이익이고, 모멘텀은 잘 유지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트럼프 당선 시 중국 봉쇄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오히려 우리에겐 우려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등의 파격적 카드를 꺼내들 경우 동북아 안보 구도가 바뀌게 된다.
이성원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센터장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김정은과 만나거나 군축 협상을 하는 등 북한 문제에서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한·미든 한·미·일이든 역학관계상 필요성은 계속 있을 텐데 정책 우선순위 조율에서 우리의 국익을 얼마나 긴밀하게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에서 균열이 생긴다면 한·미·일 공조가 그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