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이 생길까 봐 보증보험에 가입한 대행업체를 끼고 예복 업체와 계약했는데, 정작 사고가 터진 뒤에는 뒷짐만 지네요.”
다음달 결혼을 앞둔 30대 김모씨는 올해 2월 결혼준비대행업체 A웨딩을 통해 제휴업체인 S예복에서 맞춤 정장을 계약했다. 그러나 이달 11일 S사는 “회사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본점 영업을 중단한다”는 문자를 남기고 돌연 잠적했다. 당황한 김씨는 A웨딩에 손해배상을 요청했지만 ‘예복은 S사에 직접 결제했기 때문에 보증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S사에 190만원을 예복비로 지불했던 김씨는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을 위해 결국 비슷한 돈을 다시 내고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했다. 김씨는 “사고가 나면 피해를 보장해준다는 A웨딩의 ‘안심보증제도’를 믿고 계약했는데, 업체에다 직접 결제한 부분은 해당이 안 된다고 하니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유명 예복 프랜차이즈 S사 본점의 ‘먹튀 사건’으로 웨딩업계에서 반복되는 사기와 불합리한 거래 관행이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다. 빈번한 각종 사기로 불안해진 예비부부들이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는 대행업체를 찾아나서는 실정이지만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28일 S사 먹튀 사건의 피해자 단체에 따르면 이날까지 100쌍 이상의 예비부부가 S사와 예복 계약을 맺었다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규모는 인당 수십만원에서 최대 300여만원에 이른다. 이들이 S사를 사기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서울 강남경찰서가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소비자 편의를 위한 대행서비스가 업체 간 투명한 가격 비교를 어렵게 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A씨는 “원래 직접 발품을 팔아보려 했는데, 대행업체를 끼지 않고 계약하면 20∼30% 더 비싸서 어쩔 수 없이 대행업체와 계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행업체를 통해 한꺼번에 결제를 하다 보면 세부적인 가격 비교가 어려워 가격의 적정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
현재 결혼중개업, 예식장업 분야는 표준약관이 마련돼 있지만 결혼준비대행업은 해당 사항이 없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업체에 따라서 대응 방식이 천차만별인 이유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S사 폐업에 대해 A웨딩은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못한 반면, B웨딩은 S사와 계약한 금액에 상응하는 예복을 다른 제휴 업체에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반면 B웨딩이 연 박람회에서 S사와 계약한 피해자들은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대행업체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2021년 92건, 2022년 152건, 지난해 235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결혼준비대행 표준약관 제정안 마련을 목표로 실태조사에 착수해 시장 현황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