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급등한 결혼 비용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갈수록 비싸지는 결혼 비용에 “돈 있는 사람만 결혼할 수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29일 세계일보와 통화한 예비 신랑 A씨(30대)는 당초 예상한 결혼비용 탓에 “퇴근 후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고 털어놨다. 월급만으론 급등한 결혼식 비용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하면서 웨딩 물가에 깜짝 놀라는 예비부부들이 적지 않다. 올해 평균 예식장 비용은 1283만원으로, 작년과 비교해 무려 21%나 뛰었다. 또 예식장 비용외에도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을 뜻하는 ‘스드메’ 비용도 작년보다 8% 올랐다.
이밖에 웨딩 엘범 촬영때 헬퍼비도 또 따로 붙고, 촬영 때 입는 옷이나 꽃값 등 생각지도 못한 돈이 계속 들어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씨처럼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면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해 비용을 하련하는 것이다. A씨는 “돈이 부족하면 결혼하기 힘들겠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면서 “예산보다도 웨딩비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웨딩업계는 물가와 인건비 상승 영향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 9월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제외지수는 전월 대비 0.2% 하락,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고, 농산물과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1.8% 각각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기준연도는 2020년이며, 5년마다 지수개편을 통해 변경된다. 또 최저임금 상승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문 닫은 업체가 많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이런 예비부부들의 부담을 덜고자 웨딩업계에 가격 고지를 의무화하는 표시제를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급등한 웨딩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한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가격에서 표시제를 시행한다고 가격이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결혼, 나아가서 출생을 꺼리는 분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 2월 발표한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비용(평균)은 무려 3억 3050만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주택 2억 7977만원 ▷혼수 1573만원 ▷예식홀 1057만원 ▷예단 797만원 ▷예물 739만원 ▷신혼여행 485만원 ▷웨딩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333만원 ▷이바지 89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주택자금을 제외한 결혼 비용은 총 5073만원이었다.
신랑신부 결혼 비용 부담률은 각각 60.3%, 39.7%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신랑 1억 9923만원, 신부 1억 3127만원 가량이다.
주택 마련에는 전국 평균 약 2억 7977만원이 들어 지난해(2억 4019원)보다 약 4000만원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3억 5237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수도권 2억 8636만원, 호남 2억 3413만원, 강원 2억 3121만원, 영남 2억 2975만원, 충청 2억 2243만원이었다.
또 지난 2월 1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결혼 및 출산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돈이 없으면 결혼하기 힘든 사회’라는 인식에 성인 남녀 10명 중 9명(89.6%)이 동의했다. 응답자 71.3%는 ‘결혼은 인생에서 필요한 경험’이라 여겼지만, 대다수(82.9%)가 결혼은 선택 사항이라고 답했다.
결혼 장벽을 높이는 요소(중복 응답)로 ‘안정적 주거 마련의 어려움’(57%), ‘나 또는 상대의 경제적 상황이 여유롭지 못함’(41.4%) 등이 꼽혔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관점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배경에 ‘경제적 부담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