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던 환자 숨졌는데 간병인 무죄, 왜?

자신이 돌보던 거동 불편 환자를 식사 제공 직후 눕히고 자리를 뜬 간병인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 10단독 나상아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72·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광주지방법원 전경. 연합뉴스

간병인이었던 A씨는 2021년 8월31일 오전 전남 화순의 한 병원에서 자신이 돌보던 환자 B(68)씨에게 식사를 제공한 뒤 B씨가 잘 삼켰는지 확인하지 않고 눕힌 뒤 자리를 비워 업무상 주의의무에 소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환자 B씨는 스스로 거동하기 어려워 주로 누워 있었으며, A씨가 제공한 아침 식사 직후 누워있다가 간호사에 의해 발견됐다.

 

의식 불명 혼수상태에 빠진 B씨는 열흘여 뒤 기도 폐색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검사는 간병인 A씨가 간호사로부터 “자세가 눕혀져 있으면 음식물 소화가 되지 않으니 몸을 일으켜서 식사를 줘야 한다”는 사실을 안내 받은 점,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B씨 곁을 가급적 자리를 비우지 않아야 하는 데도 병실 밖에 있었던 점 등을 들어 A씨의 업무상 과실로 인한 사망을 주장했다.

 

이후 B씨의 유족은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A씨의 상해로 인한 사망에 따른 보험금 청구한 민사소송을 냈고 1심은 '음식물을 삼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기도폐색에 의한 사망이 인정된다'고 판단, 승소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B씨에게 기도 폐색이 발생하였다고 볼 가장 중요한 전제인 삼킴 장애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만한 근거로는 기도에서 약간의 음식물이 발견된 것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심장압박 과정에서 소화기 내의 음식물이 역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A씨에 의한 상해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의학적 근거와 증명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A씨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따지는 이번 재판에서도 앞선 민사소송 2심 결과의 판단이 그대로 인정됐다.

 

재판장은 “민사 재판 2심에서 음식물로 인한 기도 폐쇄에 의한 질식, 즉 상해로 인한 사망이라는 보험사고 발생에 근거해 사망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원고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당시 병원의 사실조회·사망진단서 내용을 의심할 만한 다른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A씨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선 주의의무 판단 기준이 민사 책임에서의 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의 업무상 과실과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무죄 선고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