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극장가에서도 코미디가 통할 수 있을까. 올여름 극장가는 ‘파일럿’(471만명), ‘핸섬가이즈’(177만명) 등 웃음을 유발하는 영화들이 선전했다. 30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아마존 활명수’가 이 흐름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작품은 1600만명을 모은 ‘극한직업’의 배우 류승룡·진선규가 다시 뭉친 데다 ‘극한직업’의 각본을 쓴 배세영 작가가 펜을 들었다. 영화 개봉 전인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두 배우는 관객의 기대치가 의식돼 어쩔 수 없이 긴장된다고 말했다.
‘아마존 활명수’에서 류승룡은 전직 양궁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이지만 이제는 구조조정 1순위인 진봉 과장을 맡았다. 잘리기 직전인 진봉에게 회사가 마지막 기회를 준다. 아마존 밀림의 소국인 볼레도르에서 금광개발권을 따오는 임무를 맡긴다. 볼레도르는 ‘스포츠 마케팅’으로 나라를 알리고 싶어하는 상황. 진봉은 볼레도르 양궁 선수들을 훈련시켜 메달을 따고 개발권도 얻는 힘든 일을 해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원주민 명사수 3인방을 발견한 진봉은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온다. 한국·볼레도르 혼혈인 통역사 ‘빵식’(진선규)이 이들과 동행한다.
영화는 두 나라의 문화 차이가 자아내는 웃음, 선수들의 도전과 성장, 자연과 개발 논리의 대립 등을 축으로 전개된다.
2019년 ‘극한직업’ 이후 5년 만에 영화로 다시 만난 두 배우는 찰떡같은 호흡을 보여준다. 이들은 촬영장에서도 서로 의지가 됐다고 한다. 류승룡은 “선규는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친구여서 이번에도 ‘세러피’였다”며 “진선규였기에 빵식이란 역할이 아무 거부감 없이 와닿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진선규도 류승룡이 있어 이 작품을 주저 없이 선택했다. 그는 “‘극한직업’ 때도 형이 배우들 사이 대장이자 기둥이었고 이번에도 많이 기대어서 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류승룡표 코미디 연기는 보는 이에게 믿음을 줘왔다. 그럼에도 류승룡은 “웃음은 사람마다 다 달라서, 코미디 연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보면 오버이고 어떻게 보면 아쉽고, 막 웃다가 뺨 맞은 사람처럼 무안할 때도 있다. 계속 도전해봐야죠”라고 말했다.
진선규가 연기한 빵식은 이 작품에 밝은 기운을 준다. 엉뚱하고 실수도 잦지만 웬만해선 기죽지 않고 늘 모든 일이 잘될 것처럼 밝게 산다. 진선규는 혼혈인의 ‘잘게 볶인’ 머리를 만들려고 실핀으로 일일이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펌을 했다. 한국말을 배운 외국인을 제대로 표현하려 자료도 샅샅이 찾아봤다.
극 중에서 원주민이 쓰는 과라니어 대사를 통으로 외우는 것도 일이었다. 과라니어는 현재 파라과이 북쪽 지역에 현존하는 부족의 언어다. ‘바이 샤빠 하이’(안녕하세요)처럼 듣기만 해도 생소하다. 국내에는 과라니어를 쓰는 이민 여성이 한 명 있어, 촬영 때마다 일일이 검수받았다.
뜻도 모르는 언어를 외워야 하는 수고는 원주민 명사수 3인방도 마찬가지였다. 볼레도르 국가대표인 시카, 이바, 왈부 세 명은 남미에서 직접 오디션으로 뽑힌 배우들이 연기했다. 이들도 포르투갈어가 모국어라 과라니어가 처음이었다.
이 영화에서 볼레도르 장면은 아마존 현지에서 촬영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로 4시간을 간 뒤 다시 배를 타고 강을 따라 50분쯤 갔다. 진봉이 만나는 부족은 실제 아마존에 사는 원주민 출신들이다. 진선규는 이들과도 순수하게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서인지 “언어가 안 통하는데도 금방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아마존에서 본 기후위기의 영향은 심각했다. 류승룡은 “130년 만의 가뭄으로 강 수면이 물기 없이 다 말랐더라. 수심이 12m가 내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진선규도 “가서 정말 심각하게 느낀 건 기후변화”라고 했다.
“우리가 갔던 곳은 땅바닥을 못 짚을 정도로 뜨거웠어요. 낮에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죠. 당시 아마존에 산불이 났는데 너무 더워서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아 분진이 구름처럼 상공에 떠 있었어요. 우리 영화는 개발논리에 무너지는 환경을 얘기하는데 현지에서 이 메시지를 직감했어요. 이후 조금이라도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고 움직이려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