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총선이 ‘연립여당 과반수 미달’로 끝나면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론을 극복하고 이번 선거로 새로 구성될 국회에서의 총리 지명선거에서 이기는 게 단기과제라면 소수가 된 여당을 이끌고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건 장기과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총선에서 의석수를 크게 늘리며 정치권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 대표와 조직을 관장하며 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간사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29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연립여당인 자민당, 공명당은 다음달 열리는 특별국회에서 이시바 총리가 다시 총리로 지명되도록 수면 아래서 다른 야당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총선이 끝난 후 30일 이내에 특별국회를 소집해 총리를 새로 지명한다. “총리는 국회의원 중에 국회의 의결로 지명하도록 하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데 따른 절차다.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없을 경우에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연립여당이 과반수(465석 중 233석)에 못 미치는 215석을 얻어 다른 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를 후보로 내세울 제1야당 입헌민주당(148석)도 마찬가지다. 일본유신회(38석), 국민민주당(24석)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당과의 협력에 분명한 선을 긋는 유신회와 달리 국민민주당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보수 성향의 국민민주당은 개헌, 안보, 원전 등 주요 정책에서 공통점이 많은 자민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 시절엔 사안별 정책협의도 진행돼 자민당 내부에서 국민민주당을 포함한 ‘자·공·국 연립’ 구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마키 대표는 “총선 과정에서 우리당이 내건 정책의 실현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른 당의 당수에 투표할 수 있다”며 “자민당으로부터 간사장 레벨에서 접촉이 있었다”고 밝혔다.
국민민주당은 이시바 총리의 향후 국정운영에서도 중요한 존재다. 요미우리는 “이시바 총리는 개별 정책마다 협력하는 ‘부분연합’을 국민민주당과 실현해 난국을 돌파해 간다는 구상”이라고 전했다. 일단 다마키 대표는 몸값을 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총선 다음날인 28일 “우리들의 의견을 확실히 듣지 않으면 법안 하나, 예산 하나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리야마 간사장은 총리 지명선거, 국정 운영에 필수가 된 야당과의 협력을 이끌 통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모리야마 간사장은 총선 참패 책임을 물어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확대되는 것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총재에 이어 2인자로서 당 운영을 총괄하는 모리야마 간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일 경우 책임론은 이시바 총리에게 집중될 수 있다. 이시바 총리가 모리야마 간사장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