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30일 긴급 이사회를 연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인 최 회장 측이 29일 긴급 이사회 개최를 통보하자 MBK·영풍 측은 최 회장 측의 자기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 경우 “주주환원 정책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최근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연다고 이사들에게 통보했다. 이사회를 소집하는 구체적인 의안이 특정되지는 않았으며 경영권 분쟁 관련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이사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영풍 측은 전날 고려아연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긴급 이사회에서 임시 주총 소집 청구를 수용할지 여부를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되나 MBK·영풍 측은 그런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MBK·영풍 측은 “임시 주총 소집 청구에 응하는 것 아니느냐는 시각도 있으나 그보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최 회장이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고려아연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의결권 있는 주식이 한 주라도 아쉬운 최 회장으로서는 해당(신탁계약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을 본래 취지와 다르게 소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기주식을 고려아연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함으로써 의결권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 최 회장의 이사회 소집을 통보한 이유로 해석된다”고 추측했다.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측 간 지분 차이는 약 3%포인트에 불과하다. ‘주식 소각 및 임직원 평가보상’이라는 목적으로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통해 보유한 고려아연 자사주가 28만9703주(1.4%)이다. 어느 쪽도 의결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해 의결권 기준 지분을 늘리려는 것이 최 회장 측의 이사회 소집 이유라고 MBK·영풍 측은 주장했다.
MBK·영풍 측은 이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들은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하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부담을 안기는 데다 우리사주조합에 이를 이유로 자사주를 처분하는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며 “이사회가 우리사주조합에 자기주식을 처분한다면 이에 찬성한 이사는 업무상 배임죄 형사책임 및 막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반도체 업계에서 주요 소재인 반도체 황산 공급 및 품질 우려가 나온다며 황산 품질이 유지되지 않아 반도체 품질까지 문제가 생길지 우려하는 고객사가 있다고 전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적으로 황산 공급 차질 및 국내 고객사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으로부터 아연, 연, 귀금속, 반도체 황산을 공급받는 국내외 80여개 고객사가 지난달 ‘고려아연 품질유지 요청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MBK·영풍 측은 “마치 고객사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반도체 황산의 품질 저하 및 공급 차질을 우려한다고 오해할 수 있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이달 중순경 고려아연 공장 내 정전사고로 자체적인 공정상 문제가 발생해 반도체 황산의 품질 저하가 있었다”며 품질유지 요청서는 통상적인 공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반도체 업계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반도체 황산 제품의 품질 문제는 전혀 연관이 없음을 확인해줬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지속하고 양측 모두 장내 매수로 지분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고려아연 주가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이날 고려아연을 투자주의 종목에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음에도 고려아연 주가는 전날보다 18.60% 오른 154만3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23일 이후 5거래일 동안 주가는 76.54%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