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10일 임기반환점을 맞는다. 임기반환점이 10여일 남은 시점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20%(25일 한국갤럽)로 취임 후 최저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에게 74% 가까운 표를 몰아줬던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26%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전통적인 보수층도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대로라면 10%대로의 추락도 걱정해야 한다. 지지율 하락을 막을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악화한 민심을 되돌리려면 국민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국정 수습과 쇄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제 발간된 국민의힘 총선 백서 제목은 ‘마지막 기회’이며, 10·26 재보궐선거에서 패배를 면한 후 국민의힘은 “국민이 마지막 기회를 주셨다”고 했다. 이 말처럼 임기반환점에 즈음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어제 공동입장문을 통해 당정 모두의 변화를 촉구한 서울·부산시장, 여권 중진들도 대통령실에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지금 가장 논란이 되는 김건희 여사 문제부터 매듭지어야 한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로 김 여사 문제가 가장 많이 꼽히지 않았나. 국민의힘이 요구한 여사 라인 교체, 대외활동 중단, 여사 의혹 규명 절차 협조, 특별감찰관 임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옳다.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사과도 시급하다. 특별감찰관은 등 돌린 민심을 달랠 최소한의 조치 중 하나다. 도입을 놓고 좌고우면하지 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서둘러 추천하라고 공개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진심으로 변화 의지를 보여 주지 않는다면 국민이 다시 윤 정부에 힘을 모아 주기는 어렵다.
윤 대통령 본인부터 변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고쳐야 할 점’을 수없이 들었지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김 여사 문제도 결국은 아내의 언행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윤 대통령 책임이다. 전면 개각과 비서실 개편 등 인사 쇄신도 필요하다. 독주와 불통도 던져 버려야 한다. 여당 지도부와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야당과도 소통을 강화하기 바란다. 이를 모두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임기 후반부에는 윤 정부가 완전히 길을 잃어버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