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에 벌금 80만원…‘구치소’ 택한 시민단체 대표

시민단체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 벌금 납부 대신 구치소행
2019년 1월 당시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부대표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의 양육비 피해 아동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뉴시스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했다가 벌금형이 확정된 시민단체 대표가 벌금 납부 대신 구치소행을 선택했다.

 

30일 시민단체 ‘양육비해결모임’에 따르면 이 단체 강민서 대표가 다음 달 4일 오후 5시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된다. 수감 기간은 같은 달 11일 오전 5시까지이며, 수감 당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삭발할 예정인 강 대표는 구치소에서 나온 후에도 별도 기자회견을 연다.

 

형법은 벌금 미납자에 대해 1일에서 최장 3년까지 노역장 유치를 규정한다. 대법원은 하루 환형유치 금액을 벌금 1억원 미만은 10만원으로, 1억원 이상은 전체 벌금의 0.1%를 넘지 못하도록 제도를 두고 있다. 강 대표의 구치소 수감 기간은 벌금 80만원에 따른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7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강 대표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부터 ‘배드페어런츠’라는 홈페이지에서 제보를 토대로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정보를 공개한 그는 이듬해인 2019년 양육비를 주지 않은 남성 A씨를 두고 ‘비정한 아빠’, ‘파렴치한’이라며 신상을 공개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공개된 신상 중 일부가 허위인 것은 맞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한다며 1심은 강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강 대표가 양육비 미지급 관련 ‘사실’을 적시했으므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며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했고, 2심은 게시글의 주된 목적이 ‘공개적 비방’에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강 대표가 A씨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인데, 대법원도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강 대표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양육자들이 양육에만 힘쓸 수 있게 국가가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구치소 수감을 선택했다”며 “국가가 할 일을 대신했다는 생각이고, 처음부터 구치소로 가겠다는 마음가짐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것이지, 양육비 미지급자를 비방하려 사이트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지급자 정보를 게시한 2019년경 당시 피해자 자녀들이 성년이 됐다는 이유로 ‘현재 양육비 지급이 급박하게 필요한 상황’으로 볼 수 없다던 대법원 판결에 강 대표는 사법부의 공감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성년이 되기 전의 양육비를 못 받았고 그 기간이 길어서 아이가 성장했다”며 “성장한 아이의 양육비를 달라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채무자를 대신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양육비 지급과 구상권 행사 등을 담은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서 처리됐다. 양육비 선지급 대상은 중위소득 150% 이하 한부모 가구로,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18세까지 지원한다. 양육비가 선지급된 경우 비양육자 동의 없이도 금융정보를 포함한 소득·재산 조사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개정안은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