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사진) ㈜신세계 총괄 사장이 30일 인사에서 9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와 함께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와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의 계열 분리를 전격 선언하며 남매 사이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 막을 내리게 됐다.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과 함께 사업 리스크 분산과 본업 경쟁력 강화 등의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에 부회장을 건너뛰고 승진한 정유경 회장은 1970년 이후 출생한 주요 대기업그룹 기업인 중 첫 여성 회장에 이름을 올렸다. 정유경 회장은 앞으로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정유경 회장은 이날 뷰티(미용) 산업을 키우기 위한 뷰티전략테스크포스(TF), 디자인 전략을 담당하는 비주얼전략TF 등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했다. 또한 신세계그룹은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사실상 두 개의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돼 왔다. 이후 이명희 총괄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회장은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복합쇼핑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호텔, 건설 사업을 주력으로 키웠고, 동생인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패션·뷰티 등에 안착해 왔다.
지난 3월 정용진 회장 취임 이후 비상경영 체제를 통해 이마트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고 백화점도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실적에서 선방하며 신세계그룹은 이번 계열 분리의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올해가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 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 본업에 집중해 탄탄한 경영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의미도 명확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경영 리스크(위험)를 분산하고 동반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계열 분리가 완성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 최소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1997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이 약 71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유통기업이다. 이대로 계열 분리한다고 가정하면 이마트 부문은 재계 11위, 백화점 부문은 26위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