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조 연설자 ‘쓰레기 섬’ 막말 불똥… 트럼프 캠프 ‘악재 될라’ 진화 진땀 [2024 미국 대선]

펜실베이니아 유세
“나보다 푸에르토리코 위한 대통령 없어
투표 통해 범죄자들 국내 침공 막을 것”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대 경합주이자 라틴계 유권자가 많은 펜실베이니아에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쓰레기 섬(island of garbage)” 발언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최근 뉴욕 유세에서 찬조 연설한 코미디언의 푸에르토리코 비하 발언이 초박빙 양상인 미 대선 막판에 표심을 뒤흔들 중대 변수로 떠오르자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이다.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에서 유세했는데, 유세에 앞서 펜실베이니아 드렉설힐에서 개최한 은퇴자들과의 라운드테이블에서 “나보다 푸에르토리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7년 재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의 병원을 방문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한 퇴직 의사가 “푸에르토리코는 당신을 사랑하며 지지한다는 것을 알길 바란다”고 언급한 데 대한 답변이다.

그는 지난 27일 뉴욕 유세에서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섬’이라고 한 것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선캠프는 힌치클리프의 발언에 대해 “후보나 캠프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미국 대선 투표권은 없으나 미국 본토로 이주하면 투표권을 가진다. 적지 않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 시민이 미 본토에 거주한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약 47만명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화당 지지 성향 주민도 없지 않다. 전당대회급으로 성대하게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유세 이후 이 발언은 푸에르토리코계뿐만 아니라 전체 라틴계 유권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날 앨런타운 유세는 사전에 계획돼 있었으나 공교롭게도 “쓰레기섬” 발언이 논란된 후에 열려 화제가 됐다. 앨런타운은 주민 3만3000명이 푸에르토리코계이며 인구 절반이 라틴계인 곳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논란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캠프는 이날 유세 전 사전프로그램에 푸에르토리코 출신을 배치했다. 공화당 소속 푸에르토리코 조라이다 벅소 ‘그림자 상원의원’(shadow senator?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지역 의원으로 공식 의석으로 간주되지는 않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 전 “우리 히스패닉은 이 나라 영혼의 일부”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모든 미국인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가지고 이 자리에 모였다”며 “여러분의 투표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키고 범죄자의 우리나라 침공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하면 전체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운명은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해 펜실베이니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도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선 “지능이 낮다”고 모욕적인 언사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