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필리핀이 국제적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 차원에서 빅데이터 중앙화와 인공지능(AI)·전자인증서 활용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양국 무역구조를 디지털화해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세계아세안포럼’ 두 번째 세션에서 ‘한·필리핀 식품 공급망 강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발표자로 나선 크세르크세스 R 레모로조 필리핀 농업부 정보소통국장은 “양국 교역에서 디지털화는 공급망의 투명성과 추적성을 강화하고 양국 여러 이해관계자 간 소통을 강화할 수 있다”며 “여러 절차를 간소화하고 협력을 강화하고, 농업 시장의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공급망 디지털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레모로조 국장은 “농업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중앙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통해 작황, 어획량, 시장 수요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스마트 온실 등을 농업에서 활용해 식품 추적·작물관리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며 “이는 양국의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필리핀에서 조성한 생산자·농업 기업 등을 소비자와 직접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과 전자인증제도를 한국과의 협력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이를 통해 여러 절차를 더 간소화하는 한편 사기나 위조 가능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고, 한국과 협력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유은하 농촌진흥청 국외농업기술과장은 필리핀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 농촌 고령화 등 한국이 마주한 농업 분야의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농촌진흥청은 필리핀 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소농의 소득향상을 위해 2010년부터 필리핀 농업부, 식물산업청 등과 함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을 추진해왔다.
유 과장은 “15년 동안 필리핀과 같이 오랫동안 코피아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했는데 그간의 성과를 기반으로 기후변화 위기 시대에 안정적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길 바라고 있다”며 “필리핀과의 협력 사업은 한국의 기후변화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 과장은 “미래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한 스마트농업 보급을 확대하고, 데이터 수집, 활용 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며 “비용은 낮추고 생산성은 높이는 AI 모델을 개발해 기후변화, 인력 부족 등 한국 농업의 도전적 상황에 대응하는 한편, 필리핀과의 농업기술 협력을 통해 양 국가의 경험을 적극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특히 최근 채소 시설 재배 시범마을 사업의 성과가 보다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해 스마트 농업기술이 접목될 수 있도록 식량, 원예, 축산, 환경 분야에 맞는 기술들을 필리핀 맞춤형으로 개발해 보급하고, 스마트농업 시설과 노지에 맞는 개별 기술을 적극 개발해 적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남경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데이터 공유와 기술협력 등 디지털화를 통해 양국이 농업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부연구위원은 식량 안보를 위한 협력을 강조하며 “필리핀은 옥수수 생산량과 면적이 크다”며 “사료용 옥수수의 경우 전략적 수출작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과 협력을 통해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수입 변동성 증가에 대응해 수입국을 다변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 부연구위원은 또한 “양국이 협의를 통해 데이터 표준화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과 필리핀의 지리적·기후적 차이로 인해 생산되는 농산물이 큰 차이를 보임에도 쌀, 축산물 등에서 한국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