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우크라이나군과 대치 중인 전선에 투입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방정보본부는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일부 선발대에 전선에 투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전투가 한창인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 등에서 북한군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22일 러시아 소형항공사 아이플라이(iFly) 소유 에어버스 A330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륙해 러시아 서부 로스토프나도누로 향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두 차례, 하바롭스크에서 두 차례씩 모두 네 차례 러시아 극동에서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가 여객기를 동원해 북한군을 빠르게 실어나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6·25전쟁 이후 타국과 대규모 연합작전이나 군사훈련을 한 경험이 거의 없다.
반면 해외 파병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처음 구성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군 투입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지금 시기를 목표로 하고 움직인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북한이 내부 단속을 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하는 러시아를 돕기 위해 비밀리에 군대를 파견했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다”며 “군인 가족들이 자식들의 행방을 찾아 나서며 사회에 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RFA는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소식 유포자를 색출하기 위해 국가보위성이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음악무용대학을 비롯한 평양시의 주요 대학들에 검열 그룹을 21일 파견했고, 지방 보위부에도 검열 그룹이 조직됐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718호, 1874호, 2270호를 위반한 행위”라고 밝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동아시아 전문가를 지낸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에 대한 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수단, 전략핵잠수함(SSBN) 등과 관련한 다량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