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버섯 균사체 이용 소재 생산 가죽 대체 소재 탄소 배출량 90% 줄여 포장재는 원료비 절감효과 36.4% 달해
‘버섯으로 가죽을 대신한다.’
소규모 연구용으로 만들어지던 버섯 친환경 소재가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대량생산된다.
농촌진흥청은 버섯 균사체를 활용한 친환경 산업 소재 개발 후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 산업화의 첫걸음을 떼게 됐다고 31일 밝혔다.
농진청에 따르면 버섯은 먹을 수 있는 자실체와 식물의 뿌리처럼 양분 흡수 기능을 하는 균사체로 나뉜다. 균사체는 실처럼 가느다란 균사(세포)가 치밀한 그물망 구조를 이루는데, 강성이 우수해 다양한 산업 소재로 활용도가 높다. 강성은 물체에 압력을 가해도 모양이나 부피가 변하지 않는 단단한 성질을 뜻한다.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버섯 균사체의 생물적 특성에 주목해 친환경 산업 소재로 속속 상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농진청이 2021년 원천기술 확보 연구에 돌입한 뒤 버섯 수확 후 배지(버섯을 기르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액체나 고체)와 균사체를 이용해 스티로폼이나 가죽을 대체하는 소재 등을 만드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농진청은 이와 관련 7건의 기술을 특허출원한 바 있다.
먼저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포장재는 버섯 수확 후 배지에 양분?수분을 공급, 내·외부 균사체가 치밀하게 자라게 하는 배양 기술로 만든다. 농촌진흥청 독자 기술로 만든 포장재는 스티로폼보다 강도가 4배가량 우수하다.
가죽 대체 소재는 톱밥 위에 면섬유를 놓고, 균사체가 자라게 한 뒤 면섬유와 동시 수확해 만든다. 동물 가죽보다 탄소 배출량과 물 사용량을 90% 이상 줄일 수 있다. 농진청은 버섯 가죽 제조 핵심기술과 토종버섯 균주 3종을 확보했다.
농진청은 균주 확보, 배양, 소재 제조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먼저 스티로폼 대체소재 상용화를 위해 새싹기업과 버섯 농가가 상생할 수 있는 민관 협업 시스템 ‘가치성장’을 구축했다. 농진청이 균주와 기술을 농가와 산업체에 제공하면, 농가와 산업체는 농가 배양시설을 이용해 소재를 생산하는 구조다. 농가는 농산 부산물의 새 활용과 빈 배양시설의 활용도를 높여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수 있고, 기업은 적은 자본으로 대량 배양시설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버섯 수확 후 배지를 활용한 친환경 포장소재 생산은 제조업체와 농가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원료비 절감 효과는 36.4%, 신선 버섯 생산·판매 외 추가 이익은 8억원 정도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실제 협업 시스템 가치성장에 참여한 연천청산버섯과 새싹기업 어스폼은 올해부터 균사체 기반 포장 완충소재를 매달 2만~3만개씩 본격 생산해 국내 향수 전문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기업이 농가의 대량 배양시설과 인력을 활용함으로써 자체 시설에서 생산할 때보다 최대 10배까지 생산량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