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0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막중한 자리를 맡는다는 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있던 2021년 5월4일, 당 사무총장에 임명된 윤관석 전 의원 블로그에 이러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는 “사무총장직을 제안받고 여러 고민이 있었다”며 “당이 어려울 때, 당의 일원으로서 당의 부름을 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사무총장직을 수락했다”던 고심 흔적이 그대로 묻어났다.
같은 글에서 ‘송영길 대표님 등과 당의 주인인 당원들을 잘 모시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윤 전 의원은 “선당후사의 자세로 공정과 일로서 평가받는 사무총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윤 전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의 인천시장 시절부터 인연이 깊다. 특히 2010년 북한의 연평도 도발 피해 현장에서 터진 송 전 대표의 ‘폭탄주 발언’ 논란에 엄호를 나설 만큼 윤 전 의원의 송 전 대표 지키기는 강력했다. 인천시장으로 방문한 자리에서 그을음 뒤집어쓴 소주병을 들며 ‘어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던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시 대변인이던 윤 전 의원은 “앞뒤 맥락을 다 자른 말꼬리 잡기 공격”이라며 “치졸한 행동”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맹공에 대한 반격이었다.
두 사람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는 같은 당 대선 후보이던 문재인 전 대통령 선대위에서 총괄본부장과 공보단장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2021년 윤 전 의원이 ‘송영길 체제’ 민주당 사무총장에 임명되자 일부 언론은 ‘당 대표 경선에서도 송 대표를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전했다.
31일 대법원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윤 전 의원의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이날 확정했다.
윤 전 의원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당내 현역 의원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경선캠프 관계자들로부터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캠프 핵심 관계자였던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윤 전 의원의 요구를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에게 전달했고, 박씨는 2021년 4월 27~28일 300만원씩 든 봉투 20개를 윤 전 의원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의원은 캠프 관계자들과 협의해 돈봉투를 마련했을 뿐 지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았고 자신은 전달자에 불과하다며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윤 전 의원이 구체적으로 제공 액수 등을 정하는 등 충분한 재량을 행사했다고 보며 징역 2년을 선고했고, 윤 전 의원의 불복에도 대법원 판단은 같았다.
하급심 법원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유죄의 핵심 증거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의 신빙성이 인정된 셈이어서 수사·재판 중인 다른 사건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증거로 검토할지를 판단하는 증거능력을 인정한 데 이어 더 나아가 이를 유죄의 증거로 쓰는 증명력까지 인정한 결과여서, 같은 증거가 검토되는 여타 재판, 특히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송 전 대표의 1심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