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 사람의 손이 잘 닿지 않는 절벽이나 바위에 붙어있어 ‘절벽 위의 꽃’이라고 불리는 귀한 생물이 있다. 바로 사람들이 오랫동안 석이버섯으로 부르고 있는 ‘석이’다. 이름 때문에 이들을 버섯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석이는 버섯이 아닌 지의류이다.
버섯 같은 균류와 조류(또는 남조류)가 공생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지의류이다. 균류는 조류(또는 남조류)에게 안락한 생활 환경 및 물과 무기질을 제공해 주고, 조류(또는 남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얻은 영양분을 균류에게 제공한다. 이렇게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지면 이들은 전혀 다른 형태인 지의류가 된다. 지의류는 광합성이 가능해 바위와 같은 양분이 없는 장소에서도 살 수 있지만, 버섯은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나무, 곤충, 토양 등 살아 있거나 죽은 생물로부터 영양분을 얻는다. 이런 차이에서도 지의류는 버섯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석이의 학명은 Umbilicaria esculenta인데 속명 Umbilicaria는 ‘배꼽 모양의’란 뜻이고, 종소명 esculenta는 ‘먹을 수 있는’이라는 뜻이다. 속명은 석이의 형태에서 알 수 있다. 석이는 회갈색 원형으로 윗면은 편평하고, 뒷면은 식물 뿌리와 비슷한 형태의 가근이 있다. 가근은 전체가 잔털로 덮여있고 가운데에는 생육지에 부착할 수 있게 뭉쳐진 형태가 있는데, 이 부분을 위에서 보면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배꼽 모양으로 보인다. 종소명은 말 그대로 식용 가능하다는 의미로 잡채, 된장국 등과 같은 음식 재료나 해열, 지혈 등의 약재로 사용된다.
석이는 일 년에 1mm 정도로 느리게 성장하고 재배가 되지 않아 시중에 판매되는 것은 모두 자연에서 채집된 것이다. 산을 오르다 바위에 붙어있는 석이를 만나면, 버섯과는 다른 생태계의 구성원인 ‘지의류’를 떠올려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