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죽어갈 때, 알게 하소서
채찍처럼 얼얼하긴 했지만
제가 날리는 눈을 사랑했다는 것을,
제가 사랑스러운 모든 것들을 사랑했고
그에 따르는 고통마저 명랑한 입술로
달갑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제가 온 힘을 다해서, 제 영혼의
완전한 깊이와 길이까지, 제 가슴이
부서져도 개의치 않고 사랑했다는 것을,
아이들이 모든 것에 딱딱 곡을
붙여 노래하듯이 저도 노래하며
삶 자체를 위해 삶을 사랑했다는 것을.
-시선집 ‘사랑 노래, 불꽃과 그림자’(소명출판, 김천봉 옮김)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