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는 스타 음악가를 부르는 게 아니라 스타를 만드는 곳입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축제)을 홍보하기 위해 최근 내한한 크리스티나 해머 대표(56)는 축제에 대한 자부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 최고의 클래식 축제로 손꼽힌다.
모차르트의 고향인 작은 도시에서 1920년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손잡고 닻을 올렸다. 출범 당시에는 연극 한 편만 선보일 만큼 빈약했지만 점차 몸집을 불렸다. 특히 잘츠부르크 출신 전설적 지휘자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축제 총감독을 맡아 세계적 규모로 키웠다. ‘모차르트 하우스’ 등 15개 무대서 44일 동안 총 172개 공연을 선보인 올해 여름 축제에도 한국을 포함 세계 77개국에서 관람객 25만5000명이 찾았고, 객석 점유율 98.2%에 티켓 판매 수익은 3000만 유로(한화 447억원)에 달했다.
45일간 열리는 내년 여름축제(7월 18일~8월 31일)에는 전막 오페라 6편, 콘서트 오페라 3편, 연극 4편, 어린이 오페라와 클래식 연주 등 약 200회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난 해머 대표는 “우리 축제의 매력은 새로운 작품과 아티스트를 발굴해 무대에 올리는 다양성이다. 아름답고 오래된 도시 잘츠부르크에 많이 와달라”면서 지휘자 겸 작곡가 윤한결(30일)을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탄생한 스타의 사례로 들었다.
윤한결은 지난해 8월 차세대 스타 지휘자들의 등용문으로 잘츠부르크 축제가 주관하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올해 축제 무대 데뷔 기회도 얻어 빈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과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자작곡 ‘그리움(Grium)’을 들려줬다. 3년 만의 신작인 ‘그리움’은 10여 분 길이 관현악곡인데 초연 후 호평을 받았다.
해머 대표는 전쟁 지지 등 예술의 정신에 반하는 예술가에 대해선 단호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잘츠부르크 축제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의 ‘국가예술가’ 칭호를 받은 예술가에게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를 비판한 잘츠부르크 축제 측은 자발적인 의사로 전쟁을 지지하는 예술가들의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1920년 시작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로 인해 서로 총을 겨눈 유럽인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어요. ‘인간성의 회복과 타자에 대한 이해, 문화적 연결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사명이자 목표입니다.”
다만 해머 대표는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모든 작품의 공연을 막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러시아의 모든 것을 막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며 “러시아라는 이유로 러시아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않는 것도 공평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잘츠부르크 축제의 정신이 다시 혼돈에 빠진 세계에 묵직한 화두를 던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예술을 통한 연결이라는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전쟁과 에너지 위기, 세계적 수준의 전염병, 기후 변화 등 세계가 처한 다양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오아시스와 같은 축제”라고 강조했다.
독일 법학 박사 출신인 해머 대표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영국 등의 백화점·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다 자기 이름을 내건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2022년 축제 사무국 대표로 취임한 후 ‘페스티벌 센터’ 증축과 대축제극장 새 단장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