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정책 공약 소통 플랫폼으로 활용했던 나무위키가 국민의힘으로부터 ‘국내 접속 차단’ 경고를 받는 신세가 됐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1일 성명을 내고 “나무위키는 본사를 파라과이에 두고 있다. 한국에만 서비스를 하면서도 정작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시정 요청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이행하거나 시간을 끌면서 연간 100억여원의 순이익을 가져간다고 한다”며 “허위 정보에 대한 시정이나 법적 책임은 피하면서 돈만 벌어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위는 김장겸 의원이 본인 관련 정보에 담긴 허위 사실과 비방에 대해 세 차례나 삭제 요청을 했지만 한 달이 지나서야 삭제된 일이 있다며 “허위정보를 삭제하는 게 이토록 어려우니 일반인의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파악한 나무위키 소유법인 우만레에스알엘의 실상은 다음과 같다”며 △본사 주소지가 파라과이이며 오직 이메일로만 대외 소통 △실소유주 및 운영진 확인불가, 국내법 적용도 받지 않음 △2021년 기준 나무위키 일일 페이지뷰 최대 4500만, 현재 국내 7위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 논란 아카라이브 보유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좌편향 매체들은 ‘이용자들이 공동 집필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라며 옹호하고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기도 하지만 이용자들의 집단지성이 때로는 집단조작으로 변질될 수 있고, 나무위키는 그게 가능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위 역시 “남을 해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헌법 정신의 훼손이며, 타인의 개인정보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천박한 인식일 뿐”이라고 했다.
특위는 이어 “정체불명의 회사가, 국내에서 허위 정보를 방치하고, 피해 구제 의지도 없고, 오직 이용자의 등에 빨대를 꽂아 돈만 벌어갈 궁리만 한다면 왜 국내 사업을 허용해야 하는가”라며 “국내에서 거액의 수익을 가져가는 만큼 나무위키는 선량한 사업자로서 의무를 이행해야 마땅하다. 거부한다면 프랑스 등 다른 국가처럼 주권을 발휘하여 나무위키의 국내 접속 차단 등 강력한 조치가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나무위키에 올라온 ‘나무위키’ 관련 항목에도 “파라과이 법인이 나무위키를 인수하면서 파라과이 법은 지키되 한국 법을 지킬 의무는 없어졌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서술이나 파라과이에서는 합법인 성인물도 올릴 수 있다”며 “만약 한국 경찰이 나무위키 회원 정보를 알고 싶다면 파라과이 경찰에게 협조 공문을 보내야 한다”고 서술돼 있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 16일 나무위키에 게재된 인플루언서의 사생활 정보에 대해 권리침해정보 심의를 거쳐 사상 처음 접속차단을 의결한 바 있다.
나무위키는 이용자들이 공동 집필하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누구나 글을 쓰고 수정할 수 있지만, 합의된 등재 기준, 서술 양식을 따라야 하고 토론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나무위키를 공약 플랫폼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2021년 12월 원희룡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총괄본부장은 “앞으로 정책 공약을 만들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상의 전환을 하겠다”며 “모든 정책과 공약은 나무위키를 통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이 “이슈에 대해 다양하게 터놓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당시 국민의힘 대표이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나무위키를 플랫폼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본부장은 ‘나무위키에선 아무나 수정할 수 있다’, ‘검증되지 않았거나, 편향적이거나, 잘못된 서술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저희가 집단지성과 협업을 통해 얼마든지 시정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정책 원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실관계를 대조하고 검증할 수 있다”고 답했었다.
국민의힘은 실제로는 2022년 1월1일 시민이 정책 공약을 댓글로 달아 완성하는 ‘윤석열 공약위키’를 공개하고 이를 주요 공약 플랫폼으로 사용했다. 나무위키는 공약위키에 기록된 정보를 똑같이 게재하는 방식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했다.
김 의원 측은 “나무위키의 본질적인 특성을 부정·공격하거나 당의 근본적 시각이 바뀐 게 아니다”라며 “국내법 적용이 안 돼 청소년 보호, 방심위 심의 등 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이메일로만 소통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