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배기 자녀 두고 참전한 경찰, 74년 만에 가족 품으로

1950년 6·25 전쟁 발발 직후 전북 김제경찰서 소속 임진원 순경은 아내와 두세 살배기 자녀를 두고 전장으로 향했다. 임 순경은 당시 부족한 국군 병력을 대신해 참전한 6만3427명의 경찰관 중 하나였다.

 

임 순경은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했다. 그 해 8월 경북 칠곡 유학산 일대에서 벌어진 ‘다부동 전투’에서 사망한 것이다. 한 달 가까이 진행됐던 다부동 전투는 북한군 2개 사단의 공격을 격퇴하고 방어선을 확보함으로써 우리 군 반격의 단초를 마련한 계기로 평가받는다.

1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임진원 경사 안장식에서 조지호 경찰청장(가운데)이 경례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아버지 소식을 딸 정순씨가 듣게 된 것은 74년이 지나서다. 2000년 국방부 전사자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유학산 일대에서 발굴된 유해가 유가족 DNA 시료 비교·분석을 거쳐 임 순경으로 확인된 것이다.

 

임 순경의 유해는 유가족의 의사에 따라 1일 국립서울현충원 경찰묘역에 안장됐다. 경찰청 주관으로 열린 안장식에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호승 경기북부청장, 유가족 단체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경찰은 유가족들이 거주지인 경기 동두천시에서부터 서울현충원까지 오는 길에 동행하는 등 예를 갖췄다. 고인에게는 경사로 1계급 특진이 추서됐다.

 

유가족은 “사진 한장 남아있지 않은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아왔다”며 “머나먼 타향 땅에 묻혀 계시던 아버지를 이제라도 서울현충원으로 모실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신원 확인은 2000년 국방부가 유해발굴을 시작한 이후 경찰 전사자로는 27번째다. 6·25 전쟁 참전 경찰은 사망자 3131명, 실종자 7084명으로 추정된다.

 

경찰청은 전사·순직경찰관들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매년 6월 6일 ‘전사·순직경찰관 추념식’ 등의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8월에는 보훈부와의 협의를 거쳐 60여명의 강경전투 전사경찰관이 안장된 ‘강경전투 전사경찰관 합동 묘역’을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하고 묘역의 환경 정비를 추진하는 등 선양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