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지향 공개하며 “잘못 산다” 비방한 목사…대법서 명예훼손죄 확정

다른 사람의 성적 지향을 블로그에 공개하고 이를 비방한 교회 목사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법원은 “내밀한 사적 영역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은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서모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8일 확정했다.

 

교회 목사인 서씨는 2018년 1월17일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 A씨가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라고 밝히며 그의 실명과 사진 등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씨는 해당 블로그에 주로 동성애 등을 비판하는 글을 쓰거나 관련 유튜브 영상 등을 게시해 왔다.

 

서씨는 해당 글에서 대학생인 A씨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기사를 인용하면서 “소수의 행동이라고 다 보호받는 것이 아니다. 보고 듣고 찾아보기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람의 소문이 퍼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표현을 쓰며 A씨의 성적 지향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성적으로 문란한자”라거나 “잘못 살고 있는 자”라는 말을 인용하며 A씨가 이에 해당한다는 식으로도 묘사했다.

 

1·2심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문제의 글이 “A씨의 성적 지향을 폭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기보다 서씨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 위한 것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A씨가 스스로 폴리아모리의 삶을 살고 있음을 밝혀 원인을 제공한 면이 있는 점, 피해자는 스스로 F의 삶을 살고 있음을 적극 밝혀 위와 같은 논란과 관심 형성에 원인을 제공한 면이 있는 점 등이 무죄 근거가 됐다.

 

이와 달리 2심 법원은 “서씨가 A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피해자의 성적 지향성에 관한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블로그에 인용된 인터뷰는 주로 A씨가 대학을 비판하는 내용이고 그가 폴리아모리라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던 점, 이 블로그 글 이전에 A씨가 자신의 성적 지향성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거나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를 원치 않았던 점, 서씨가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는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점 등을 유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도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널리 알려진 공적 인물로 볼 수 없는 피해자의 내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실을 피해자의 실명, 얼굴 사진과 함께 정보통신망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공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피해자의 성적 지향을 드러냄으로써 자신과 특정 사회집단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른 견해를 가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비방할 목적으로 이 사건 글을 작성·게시했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