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보병 부대는 박격포를 공격용 드론으로 교체,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지난달 17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미래 군 구조를 만들었는데, 중화기 중대의 60·81㎜ 박격포를 드론으로 하는 것의 기본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박격포 중대를 드론봇 중대로 전환하는 설계는 완료했다”며 “드론봇(드론+로봇)이 전력화돼 필요로 하는 드론이 도입되면 바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육군 보병 부대는 60㎜ 박격포를 소총 중대에 배치하고, 81㎜ 박격포는 중화기 중대에서 운용한다. 박격포의 유효 사거리는 2~3㎞다.
과거에는 박격포가 소부대 전투에서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정찰드론으로 적군의 위치를 파악한 뒤, 자폭드론이나 폭탄투하 드론으로 공격하는 전술과 더불어 무인차량을 이용한 작전이 널리 쓰이면서 드론의 가치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하지만 박격포를 드론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드론이 모든 것을 해결하진 못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온갖 종류의 드론을 투입하면서 상대방을 공격하고, 그 결과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면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언뜻 보면 ‘드론 만능론’이 생길 모양새다.
드론 중에는 1인칭 시점 드론(FPV)에 박격포탄을 탑재, 자폭드론으로 활용하거나 적진에 포탄을 투하하는 방식의 공격용 드론으로 쓰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육군이 박격포를 공격용 드론으로 교체하려고 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이 같은 조짐에 대해 군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드론이 박격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선 부대에서 사용하는 소형 정찰·자폭 드론은 가성비가 우수하며 위력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적군이 저지할 수 없는 무기는 아니다.
전파탐지나 관측 등을 통해 드론이 날아오는 것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고, 전자전이나 기관총 사격 등을 통해 추락시킬 수 있다.
숙련된 사수가 사용한다면 산탄총이나 소총으로도 격추가 가능하다. 특정 표적에 자폭 드론을 수십발씩 쏘기도 어렵다. 호우나 강풍 등 날씨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반면 박격포는 날씨에 관계 없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표적에 지속적이고 강한 화력을 퍼부을 수 있다.
한국군용 KM181 60㎜ 박격포는 분당 최대 발사속도가 30발에 달한다. 신형 81㎜ 박격포는 분당 10∼30발을 쏜다. 사격 후에는 포탄을 별도로 추적할 필요가 없이 후속 사격을 할 수 있다. 최소 사거리도 드론보다 박격포가 더 짧다. 아군 진지에 육박한 적 보병을 제압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박격포의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다. 격전지였던 바흐무트에선 러시아군 보병의 공격이 끊이지 않았다. 대규모 공격과 더불어 소부대 단위의 침투 공격도 지속됐다.
이들을 상대로 155㎜ 야포를 쏘는 것은 가성비가 맞지 않아서 러시아군 포병대를 타격할 대포병사격이나 기계화부대 제압 등이 우선시됐다.
방어진지를 향해 공격해오는 보병을 상대로는 60㎜ 이상의 박격포나 고속유탄기관총이 더 적합하다.
우크라이나군은 폴란드·세르비아·미국 등에서 박격포를 도입하는 한편 40㎜ 유탄을 사용하는 경박격포를 자체 제작, 전투에 투입하고 있다.
최근 등장하는 박격포는 드론처럼 운반이 편리하고 사용이 간편하게 되어 있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LMP-2017 60㎜ 경박격포는 2500개의 파편을 뿌리는 파편탄과 조명탄을 최대 1.3㎞까지 쏠 수 있다.
1∼2명이 운용할 수 있고, 폴리머와 경합금을 많이 사용해 중량이 6.6㎏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박격포를 아우디이우카 방위전에 투입,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에 F-16 전투기나 장거리 미사일 등의 첨단 무기 공급을 요청할 때, 우크라이나에선 박격포나 고속유탄기관총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빠른 시간 내에 강력한 화력을 퍼부을 수 있는 중화기는 보병전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FPV 드론의 사용이 급증한 것은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이 지속되면서 포탄 소모량이 공급량보다 훨씬 많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보병이 손으로 직접 운반할 수 있고, 고폭탄과 연막탄 등을 쏠 수 있는 박격포는 여전히 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박격포 등 소부대 중화기 강화해야
포병은 여전히 목표에 엄청난 화력을 집중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박격포는 구조가 간단하고 다양한 용도에 활용할 수 있으며, 높은 발사속도를 갖고 있다. 가장 높은 발사 각도를 적용하면 포탄을 발사 위치에서 수백m 떨어진 곳에 투하할 수 있다.
드론은 일선 소부대의 작전을 보조하는 존재로서 박격포와는 별개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론을 통해 표적을 탐색·식별해서 포격의 정확성을 높이는 한편 사격 직후 피해를 평가하거나 필요시 자체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수준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사격 전 드론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정찰한 뒤 박격포를 쏘고, 드론을 통해 명중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81㎜ 박격포의 운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소형전술차량에 박격포를 탑재해 기동력과 사격 정확도, 자동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보다 더 적은 병력으로 넓은 작전지역을 담당하면서 대량의 포탄을 정확하게 발사한다면, 사격 효과는 한층 높아진다. 국내에선 현대위아가 소형전술차량에 81㎜ 박격포를 탑재, 사격 인력을 줄이면서 기동력과 정확도를 높이는 기동형 박격포를 만든 상태다.
60㎜ 박격포의 중량을 감소시키고 휴대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소규모 적군의 침투 등에 대응하려면 신속하게 화력을 지원해줄 경박격포가 필수다. 유사시 1명으로도 사격이 가능할 정도로 단순하고 무게가 가벼워야 실전에서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40㎜ 고속유탄기관총이나 K-6 중기관총을 RCWS에 결합하면 보병부대의 화력 증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크라이나군은 험비에 고속유탄기관총 등을 탑재해 러시아군 진지를 공격하고 있다.
박격포로 공격하기 어려운 장갑차나 전술차량, 박격포 사거리 밖에서 움직이는 적군은 자폭드론이나 공격드론으로 타격할 수 있다.
정찰·자폭·공격용 드론에 박격포를 추가하고, 드론과 박격포가 유기적으로 협조해서 화력을 적군에게 퍼부을 수 있도록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한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존에 알려진 전쟁 상식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을 연상케 하는 참호전과 근접전부터 드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대거 반영된 전자전까지 그 영역이 매우 넓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정 분야만을 바라보고 ‘무용론’이나 ‘만능론’을 외친다면,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 초기에 나왔던 전차 무용론이 지금은 사라진 것이 대표적이다. 종합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군 소식통은 “드론이 박격포를 대체할 수 없다. (드론은) 단지 보조 수단일 뿐”이라며 “전장을 정확히 분석하고 논점을 정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