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간소음 문제로 이웃을 칼로 위협하면서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 6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그는 다가구주택에서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벽과 벽이 맞붙어 있어 옆방에 소리가 넘어오는 등 소음에 취약하다. 대표적으로 고시원이 그렇다. 소음에 대한 규제 마련이 절실한 대목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백두선 판사는 특수협박 및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A씨(63)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처분을 내렸다.
A씨는 평소 피해자 B씨(이웃 거주자)와 벽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7월 말 B씨의 부친 휴대전화에 “아들이 하는 행동 교육 좀 해주세요” “오늘 앞에다 불 질러 버릴 거야. 나 술 먹고 있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건물 복도에서 고성을 지르며 B씨를 불러냈다.
A씨는 벽간소음 문제로 B씨와 시비하던 중 격분해 “내가 집에 시너도 사놨다. 언제든 불 지를 수 있다. 내가 살인미수로 2년 8개월 복역했다”며 협박했다. 시비가 종료되고 B씨가 집으로 들어간 뒤에도 A씨는 “나와라”라고 여러 차례 고성을 질렀다.
이후 A씨는 건물 복도로 시너와 플라스틱 통, 회칼을 가지고 나와 B씨 집 현관문 앞에 시너를 뿌리고 회칼로 현관문 틈을 약 15회 들쑤셨다.
이 일로 A씨는 거주 중인 서울 광진구 다가구주택에서 회칼을 휴대한 채 피해자 B씨(33)를 협박하고 다른 주민이 사는 건물에 방화할 목적으로 시너(에나멜 희석제)를 미리 준비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가 소음에 시달렸지만 그가 행한 행동에 대해 죄책이 무겁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벽간소음을 이유로 시비하다가 이웃집 앞에 시너를 뿌리고 고성을 지르며 회칼을 들고 협박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방화예비로 인해 공공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므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정환경, 범행의 경위, 범행 후 정황 등 양형의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의 특별준수사항을 덧붙인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하는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과 피해자가 직접 상해를 입지 않은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은 점, 피고인의 정신건강이 악화한 점 등도 고려해 이같이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