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읍지인 ‘운수지(雲水志) 을묘본’(1675)의 국역본이 나왔다.
1일 임실군에 따르면 국역 ‘운수지 을묘본’은 오수에 살고 있는 김진영(64)씨가 소장하고 있는 운수지를 저본으로 학술교육원이 번역과 함께 원문 이미지를 함께 실어 출판했다. 운수(雲水)는 임실현의 별칭이다.
김씨는 2015년 임실군에서 공무원을 명예퇴직하고 지역 역사와 문화를 탐구하다 지난해 7월 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우연히 운수지를 발견해 입수해 군에 기탁했다. 운수지 을묘본은 국가기록원에서 시행한 2024년 맞춤형 복원‧복제 처리 지원 서비스 사업을 통해 보수 작업을 마쳤다.
운수지는 조선시대 사찬읍지(私撰邑誌)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1675년, 1730년, 1904년에 잇달아 편찬됐다. 1904년에 간행된 운수지에는 현감 신계징의 발문과 함께 범례 여러 곳에 구본(舊本)을 열람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있어 최초 본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학계 보고에 따르면, 16~17세기 전라도 사찬읍지는 순천 승평지(1618), 제주 탐라지(1655), 남원 용성지(1699) 등 3종이 있다.
운수지 읍묘본은 임실현감으로 부임한 신계징이 고을사람 한필상, 이시연과 함께 임실의 역사와 문화를 32개 항목에 걸쳐 96면 4만8000자로 정리했다. 운수(雲水)의 연원과 변천, 17세기 면리제(面里制) 시행, 역대 임실현감 포폄, 각종 인물편에 포함된 행적,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열악했던 임실현 사정, 지역 관련 인물들의 에피소드, 산천에 딸린 수많은 이야기, 국한문 혼용 가사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어 당시 임실현 모습을 엿보게 한다.
특히 임실의 별칭인 운수(雲水)의 연원이 되는 운수정(雲水井)이 용요산 운수봉 아래 절골약수터에서 발견돼 이 자료의 정확성을 가늠케 했다. 운수정은 ‘신관 사또 부임 시 처음으로 이 물을 마시게 하면 비록 혹리(酷吏·혹독하고 무자비한 관리)라도 가히 양재(良宰·어진 재상)가 된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
심민 임실군수는 “350년 전에 발간된 운수지가 국역서로 간행돼 지역 역사와 문화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역 운수지는 학술교육원과 임실군 인터넷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