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에 이상한 무덤이"…파 보니 얼굴뼈 으스러진 백골시신

가출팸 범죄 사실 자백했다며 16살 소년 살해 후 암매장 [사건속 오늘]
무덤서 나온 귀고리·반지 추적 신원 확인, 범인 차에 묻은 혈흔 결정적

2020년 11월 2일 대법원 3부(재판장 대법관 김재형·주심 대법관 이동원·대법관 민유숙·대법관 노태악)은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이른바 오산 백골시신 사건 주범 A(1997년생)에 대해 징역 30년형, 공범 B(1997년생)에 대해 징역 25년형을 내린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아울러 A와 B에게 나란히 전자발찌 부착 20년형을 명했다.

 

이들과 함께 범행한 뒤 군에 입대했던 C는 2020년 7월 30일 고등군사법원 제1부(재판장 김상환 대령)로부터 징역 30년형을 선고받고 국군교도소에서 일반 교도소로 이감돼 지금까지 옥살이하고 있다.

 

이들에게 피해자 F(2002년생·사망 당시 16세)를 유인해 준 D 양과 E 군(각각 2001년생)은 소년부로 송치돼 교화 과정을 거쳐 지금은 석방된 상태다.

지난 2019년 6월 22일 경찰이 경기도 오산의 한 야산에 암매장 된 백골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누가 내 땅에 묘를"…파보니 백골 상태 시신

 

2019년 6월 6일 오랜만에 경기도 오산시 내삼미동의 한 야산을 찾은 G 씨는 자기 땅에 야트막한 묘처럼 무엇인가 형성된 모습을 발견했다.

 

이에 땅을 파 본 결과 살점은 썩어 없어져 백골만 남은 시신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은 발가벗겨져 묻힌 관계로 무덤에선 귀고리와 반지만 발견됐다.

 

부검 결과 △ 15~17세 사이 남성 △ 매장 10개월에서 14개월 사이 △ 우측 콧등 뼈와 광대뼈 골절 △ 상하좌우 어금니 심한 충치 등이 드러났다.

 

경찰, 44명으로 전담 수사팀 편성…가출신고자 등 4만명 살폈지만 피해자 신원?

 

경찰은 사건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중심으로 형사 44명으로 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피해자 F의 신원 파악이 급선무라고 보고 15~17세 청소년 중 △ 장기 결석자 △ 실종신고자 △ 주민등록증 미발급자를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4만 명가량을 뒤졌지만 좀처럼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F가 가출과 귀가를 밥 먹듯이 해 가족들이 없어져도 그러려니 하면서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

피해자가 자신의 SNS에 올린 우정반지(왼쪽)올 낀 모습. 뉴스1,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스모킹 건, 우정반지…3만여명 SNS 뒤져 반지착용 피해자 찾아내

 

또 수사팀은 유품인 귀고리와 십자가 반지에 주목했다. 십자가 반지는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 우정반지라며 종교와 관계없는 유행템이었다.

 

수사팀은 피해자가 해당 귀고리와 반지를 착용한 사진을 SNS에 남겼을 가능성에 매달렸다.

 

3만여 명의 또래 청소년 SNS를 뒤지던 중 장기 소재불명자로 F가 등장했고 F의 SNS에 비슷한 귀고리와 반지가 있는 것을 찾아냈다.

 

F는 2017년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던 2002년생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행적 역추적…2018년 6월 가출팸 관련 경찰 조사 사실 드러나

 

이후 수사팀은 F의 행적을 역추적했다.

 

피해자 주변 인물, 친구, 가출 청소년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하던 경찰은 F가 2018년 6월 가출팸(가출 아동·청소년들의 집단생활을 지칭하는 말)에 가출 청소년들을 끌어들이는 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F는 경찰에서 "A, C가 시켜 가출팸으로 아이들을 유인했다"며 A 등의 범죄 사실을 털어놓았다.

 

A 등은 SNS 또는 F 등을 이용해 '잠자리도 제공해 주고 돈도 벌게 해 주겠다'며 가출 청소년을 유인해 체크카드 전달, 대포통장 발급, 절도 등의 일을 시키고 말을 듣지 않을 경우 폭력을 행사했다.

 

범인 차량에서 혈흔…일당 3명 중 2명은 이미 구치소, 1명은 입대

 

경찰은 A의 자동차 트렁크에서 찾아낸 혈흔이 F 군 가족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 A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사건 발생 11개월, 수사 개시 2달 보름여 만인 2019년 8월 2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A, B, C를 검거하고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D와 E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용의자로 특정하고 A 등을 찾았을 때 A와 B는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로 각각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으며 C는 2019년 봄 군에 입대, 일병으로 진급한 상태였다.

오산 백골시신 신원을 찾는 경찰의 공개수배 전단. 뉴스1

가출팸 범죄사실 털어놓았다고 앙심…공짜 문신으로 유인해 살해

 

A 등은 F가 경찰에서 자신들의 범죄 사실을 털어놓아 경찰 소환조사를 받게 되자 '가만 두지 않겠다' '영원히 입을 막아 놓겠다'고 보복을 다짐했다.

 

2018년 9월 8일 A 등은 D 양을 이용해 '공짜 문신을 해주겠다'는 문자를 보내 F를 오산역까지 오게 했다.

 

F가 얼굴을 알지 못하는 B가 오산역으로 나가 '문신 업자'라고 속인 뒤 '역 부근 공장에서 시술해 주겠다'며 유인, A 일당은 F 목을 조르고 미리 구입한 둔기로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살해 후 나체 상태로 암매장…트렁크에 둔 피해자 옷에서 나온 혈흔이 살해 증거

 

A 등은 F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옷가지를 모두 벗긴 뒤 범행 장소인 공장에서 92m 떨어진 야산에 암매장했다.

 

매장에 앞서 이들은 피해자 시신을 휴대폰으로 촬영, 이를 몇몇 지인에게 자랑까지 한 것으로 추후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A는 피해자 F의 옷을 자신의 차량 트렁크에 옮긴 뒤 얼마 뒤 옷가지를 불태워 없앴다.

 

이때 F 옷에 묻은 혈흔이 트렁크에 남아, 이들의 범행을 단정하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