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 제작한 엘리자베스 2세 얼굴 그림 도난당해

아트페어 앞두고 네덜란드 한 갤러리에서
경찰 “용의자, 한밤중 폭발물 이용해 침입”

네덜란드의 한 미술관에 보관 중이던 미국 현대 미술가 앤디 워홀(1928∼1987)의 작품 두 점이 괴한에 의해 도난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2022년 별세)의 얼굴 사진을 소재로 앤디 워홀이 1985년 제작한 실크스크린 작품. 게티이미지 제공

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네덜란드 남부 노르트브라반트주(州)에 있는 MPV 갤러리에 한밤중 괴한이 침입해 워홀의 작품 두 점을 훔쳐 달아났다. 도난을 당한 작품들은 이달 말 열릴 ‘팬(PAN) 암스테르담’ 아트페어(미술 작품 판매 행사) 출품을 앞두고 갤러리에서 보관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절도범은 처음에는 총 네 작품을 상대로 절도를 시도했는데 나머지 두 점은 갖고 가는 대신 갤러리 근처에 버렸다. 경찰은 범인이 승용차를 타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그림의 크기 때문에 차에 실을 수 없었던 두 작품을 그냥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는 갤러리 침입을 위해 폭발물을 사용했으며 그로 인해 갤러리는 물론 주변 건물들까지 커다란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도난을 당한 워홀 작품은 지난 2022년 96세를 일기로 타계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초상화, 그리고 올해 초 아들에게 왕위를 이양하고 물러난 마르그레테 2세(84) 전 덴마크 여왕의 초상화다. 두 작품은 워홀이 사망 2년 전인 1985년 세계의 여왕 또는 왕비들의 얼굴을 화폭에 담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한 것이다. 둘 다 실제 인물의 사진을 토대로 하는 워홀 특유의 실크스크린 기법이 동원됐다.

 

‘앤디 워홀’은 일종의 예명이고 본명은 앤드루 워홀라 주니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팝아트(대중 미술)의 거장으로 꼽힌다. 대중 문화, 소비재와 그 광고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워홀이 실크스크린 기법을 애용한 것도 ‘예술은 대중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생각에서 작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저렴하게 팔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68년 피해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가 쏜 총에 맞았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환갑을 한 해 앞둔 1987년 담낭에 생긴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받은 뒤 회복 기간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