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 서먼·나오미 캠벨 등 의상 만든 인도 디자이너 별세

의상에 인도 특유 웅장함·화려함 담아
생전에 “판타지의 달인” 평가받기도

할리우드 스타 우마 서먼, 슈퍼 모델 나오미 캠벨 등의 의상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인도 출신의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로히트 발이 오랜 투병 생활 끝에 6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발은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심정지로 사망했다. 빌은 49세이던 2010년부터 심장질환을 앓으며 오랫동안 휴식을 취해야 했다. 2023년에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해 꽤 오랫동안 치료를 받기도 했다. 최근 모처럼 패션쇼 무대에 복귀하는 등 몸 상태가 나아질 조짐이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숨지고 말았다.

인도 출신의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로히트 발(1961∼2024)이 그가 디자인한 의상을 입은 모델들 앞에서 양손을 크게 벌려 인사하고 있다. 사진은 고인이 40대 초반이던 2012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패션쇼 때의 모습. AFP연합뉴스

고인은 1961년 인도 카슈미르 지역의 스리나가르에서 태어났다. 인도가 이웃나라 중국, 파키스탄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곳에서 가깝다. 자연히 주민들은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어려웠고, 고인이 어린 시절 가족 모두가 스리나가르를 떠나 델리로 이주했다.

 

델리에서 대학을 졸업했을 때 고인의 전공은 역사였다. 하지만 그는 무역 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의 사업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에 눈을 떴다.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던 고인은 의류 사업에 뛰어들 결심을 하고 인도 국립패션기술연구소(NIFT)에 입학해 패션 디자인에 관한 정규 교육을 받았다.

 

고인은 1990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 브랜드를 창업했다. 이후 불과 6년 만인 1996년 인도 언론으로부터 “원단의 달인이자 판타지(환상)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성공했다. 그의 의상실은 인도를 넘어 중동과 유럽 국가에도 매장을 열며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했다. 할리우드 여배우 우마 서먼, 슈퍼 모델 신디 프로포드, 나오미 캠벨, 파멜라 앤더슨 등이 고인이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영화에 출연하거나 패션쇼 무대에 섰다.

 

고인의 의상은 풍성한 인도 원단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생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원단은 옷을 디자인하는 씨앗이자 패션의 생명줄”이라는 말로 원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평론가들은 그의 디자인에서 인구가 많고 땅도 넓은 인도의 웅장함, 그리고 옛 인도 왕실의 화려함이 느껴진다는 감상을 내놓았다. 고인은 의상을 디자인할 때 연꽃과 공작새 문양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으로도 유명했다.